가짜 필터 장착 차량 전국 누비는데
환경부, 서울·인천·경기 지역만 단속
“처음 겪는 일…적절한 단속법 찾는 중”
환경부가 노후 경유차량 매연저감장치(DPF) 가짜 필터 유통 사건과 관련해 합동 점검을 나서기로 한 가운데 대상 지역을 수도권으로만 국한해 ‘반쪽짜리’ 단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27일부터 오는 10월까지 수도권대기환경청을 중심으로 DPF 부착차량 합동점검을 진행 중이다. 이번 점검은 최근 배출가스 5등급 낡은 경유차에 장착하는 DPF 필터 가운데 상당수가 매연저감 효과가 없는 가짜라는 사실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진 게 발단이 됐다.
보도 이후 환경부는 수도권대기환경청과 수도권 26개 지자체, 한국자동차환경협회, DPF 제작업체 등과 합동점검 형태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국고보조금을 받아 DPF를 장착한 차량 가운데 보증기관이 지났거나, 지난해 필터 청소(클리닝)를 받지 않은 차량을 우선으로 한다.
주요 점검 사항은 ▲매연농도 측정을 통한 기준 준수 여부 ▲장치 훼손·파손 여부 ▲성능 유지 여부 ▲자기진단장치(OBD) 정상 작동 여부 등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05년 사업 시행 이후 현재까지 약 46만대 정도가 DPF를 장착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A 업체 제품을 장착한 차량은 8만대 정도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부가 수도권을 대상으로 불량 또는 가짜 DPF 필터 관련 합동점검을 나서자 단속 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짜 DPF 필터가 수도권에만 유통됐다고 보기 어렵고, 차량 특성상 운행 구간이 수도권에만 국한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가짜 DPF를 유통한 업체가 한 곳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A 업체 이외에도 다른 제작사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번에 가짜 DPF 유통 사실을 적발한 만큼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
부산에 거주하면서 지난해 자신의 승합차 DPF 필터를 교체한 강진기(48) 씨는 “이번에 뉴스를 보면서 내가 교체한 필터도 불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짜 필터가 전국으로 유통됐을 수도 있는데 지역에서도 단속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사 방법도 DPF 성능 여부보다 가짜 필터 유통 여부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DPF 성능 검사는 기본적으로 국가 공인 검사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하는 만큼 이번에는 문제가 된 가짜 제품 유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자동차 검사기관 관계자는 “환경부는 이번에 DPF 성능을 점검하면서 문제가 발견되면 그걸 바탕으로 가짜 필터 유통 등을 찾으려는 모양”이라며 “가장 심각한 건 그동안 문제가 있는 필터가 시중에 돌아다녔다는 거고, 그런 게 얼마나 많이 깔려있는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환경부 관계자는 “그동안 DPF 문제는 이걸 장착한 차주들이 연비나 출력 등을 이유로 임의로 탈거하는 문제가 많아서 그걸 주로 단속해 왔다”며 “게다가 이 사업 자체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해오다 보니 원래 수도권대기환경청에서 계속 단속해 와서 이번에도 먼저 합동단속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이번 사건은 처음부터 업체가 고의로 가짜 필터를 장착한 게 의심이 되는 만큼 단속 방식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며 “필터가 DPF 안쪽에 달려있으니 기존 검사 방식으로는 찾기 어렵고, 그래서 다른 조사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멍난 친환경③] “DPF 설치 정말 후회…차라리 안 타고 말 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