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예금주 13일부터 예금 전액 접근 가능"
주말동안 美 재무·연준·FDIC 논의
옐런 "美 은행, 안전하고 탄력성 있어"
파산한 시그니처은행 예금도 전액 지불
아시아 금융시장 개장을 앞두고 미국 정부가 파산한 실리콘밸리뱅크(SVB)의 예금을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12일(현지시간) 긴급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은행 체계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미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재무부, 연방준비제도(Fed·연준), FDIC가 지난 주말 모든 SVB 예금을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거친 후에 나온 결론이다.
앞서 금융 당국은 예금 인출 사태로 큰 손실을 낸 SVB를 지난 10일 폐쇄하고 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의 파산 은행이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 미칠 광범위한 파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하지만 옐런 장관은 SVB의 파산과 관련해 연방정부의 구제금융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한 바 있다. 옐런 장관은 이날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15년 전) 금융위기 당시 대형은행 투자자와 소유주들이 구제금융을 받았었다"며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른바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인 SVB의 파산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연방정부가 개입해야 한다는 우려에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미국 은행 시스템은 매우 안전하고 자본이 풍부하다. 그것은 탄력성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FDIC는 SVB의 예금 중 25만 달러(3억3000만원)까지 보호하지만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SVB의 초과된 예치금은 전체의 95%에 달한다. SVB 매각이 지연되거나 실패해 오랫동안 돈을 찾지 못하면 월급 지급 문제를 비롯해 대량해고, 최악의 경우 스타트업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미 당국은 매각 실패에 대비할 방안 모색에 나섰다.
이들 기관은 "FDIC 이사회와 연준 이사회의 건의를 받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상의했으며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FDIC가 SVB 청산을 위해 모든 예금자들을 보호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이어 공동성명은 "SVB 예금주는 13일부터 예금 전액에 대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납세자들이 이번 SVB 사태 관련해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재무부는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SVB 고위 경영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연준은 별도의 성명을 통해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 저축조합, 신용조합 등 금융기관에 1년간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다. 연준은 담보 가치를 시장가가 아닌 액면가 그대로 평가하기로 했다.
재무부는 "지원의 일환으로 환안정화기금(ESF)으로부터 최대 250억달러(약 33조원)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준은 실제 이 자금을 쓸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부연했다.
재무부는 보험을 들지 않은 예금주를 지원하기 위해 예금보험기금(DIF)에 입은 손실은 법에 따라 은행에서 회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금융당국은 암호화폐 업계 주요 은행 중 하나인 시그니처은행도 폐쇄했으며 SVB처럼 전액 예금 보호 대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