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SNS 확산에 고객들 스마트폰 뱅킹앱 열고 예금인출"
40년 된 실리콘밸리은행(SVB)가 한순간에 파산한 배경에 실리콘밸리가 만든 편리한 정보기술(IT) 세상으로 인한 스마트폰 예금 인출이 손쉽게 가능해진 것이 일조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은행의 주요 고객인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사업가들이 거래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스마트폰으로 예금을 대거 빼냈다.
보험 스타트업 '커버리지 캣'의 설립자 맥스 조는 지난 9일 몬태나주 빅스카이에서 열린 창업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서 내려 버스에 올랐을 때 동료 창업자들이 정신없이 스마트폰으로 돈을 옮기려는 모습을 봤다. 그들이 SVB 은행에서 회사 자금을 빼내려는 것을 보며 "뱅크런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었다"고 깨달았다. 조도 SVB 뱅킹 앱에 로그인해 회사 잔고의 대부분을 다른 계좌로 이체하려 했지만 이미 돈이 묶여 있는 상태여서 이체는 이뤄지지 않았다.
WSJ에 따르면 예금주들이 당일 금융기관이 문을 닫는 시간까지 인출을 시도한 금액은 420억 달러(약 55조6000억원)다.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다음 날 오전 불충분한 유동성과 지급불능을 이유로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예금자들이 은행을 가지 않고 금액을 인출하게 되며 역대 두 번째 뱅크런(예금 대규모 인출사태)이 발생한 것이다.
WSJ는 SVB와 그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 그룹이 스타트업 업계의 주요 금융기관이 되기까지 1983년부터 40년을 IT 첨단화로 붕괴하는 데는 단 36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금융위기의 경우 은행들이 파생상품 등 위험 자산에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파산했던 것이지만 SVB는 지난해부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채권수익률이 급등하며 큰 손실을 넸다.
파산 전날 SVB가 최근 예금이 줄어든 탓에 미 국채로 구성된 매도가능증권(AFS·만기 전 매도할 의도로 매수한 채권과 주식)을 매각하며 18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하면서 뱅크런을 촉발했다.
지난 9일 증시에서 SVB 주가가 폭락했고 재정 건정성의 위험조짐을 감지한 주요 벤처캐피탈들이 고객에게 예금인출을 권고하는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주가폭락의 소식은 SNS상에서 확산과 사무용 메신저 상으로 전해지며 뱅크런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특히 소셜미디어상의 허구와 뒤섞인 뉴스 확산과 스타트업 경영자들의 겁먹은 민감한 반응에 의한 뱅크런이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WSJ은 분석했다.
스타트업 엔도르 랩스의 최고경영자 버룬 바드와르는 "이것이 과잉반응처럼 보이긴 하지만, 수익성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들은 회사운영을 이 예치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