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당내 민주주의 회복이 중요…
말 한마디 못해선 안된다" 朴 격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던
박지원 전언과는 전혀 다른 뉘앙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소위 '개딸'들의 '좌표찍기' '문자폭탄' 행태에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변화하고 모종의 결단이 있어야, 이를 중심으로 화합할 수 있다고도 당부했다.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이 없다'고 했다는 최근의 전언(傳言)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라 향후 정치적 파장이 주목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7일 경남 양산으로 내려가 평산마을 사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사실을 공개했다.
박용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께서 당내 좌표찍기, 문자폭탄, 증오와 혐오의 언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하고 계셨다"며 "나도 소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늘 갈등하고 망설인다고 말씀드렸더니, 대통령께서 당내 민주주의의 회복이 중요한데, 그것이 꽉 막혀서 심한 공격을 받고 말 한마디 못하게 되면 안된다고 격려해주셨다"고 밝혔다.
'좌표찍기' '문자폭탄'은 이재명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자, 소위 '개딸'들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행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의 본회의 표결 과정에서 '무더기 소신표 사태'가 벌어지자, 직후에는 문 전 대통령조차 '수박 7적'에 포함시킨 포스터가 나돌기도 했다. 박 의원을 접견한 문 전 대통령이 이러한 '개딸'들의 행태에 우려를 표하며, 당내 민주주의 회복의 중요성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을 강조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이다. 최근 민주당의 당내 상황에 비춰보면 '변화'란 당직 개편을 비롯한 인적 쇄신을 의미하며, '결단'은 '질서 있는 퇴진'을 포함한 중대결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특히 변화와 결단, 그리고 화합 사이에서의 시간적 선후 관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의원은 "대통령께서도 민주당이 조금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또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내년 총선은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며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악재나 조건의 어려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극복해가는 모습이고 국민들은 그것을 보고 있으니, 민주당이 지금의 어려움을 잘 극복해나가고 화합해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결국 민주당이 이번 총선을 잘 치러야 과거 우리 정부에서 했었던, 국민의 삶에 소리 없는 혁명을 끌고갔던 정책들을 복원하고 발전적으로 계승할 수 있다"며 "대통령 말씀에 따라 나도 책임감을 갖고 민주당의 조금 달라진 변화, 그리고 어떤 결단을 통해 변화하고 일신된 우리 당의 화합된 모습을 향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文 "민주당이 달라지고 뭔가 결단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화합해야 총선 승리"
변화·결단과 화합 사이 선후 분명히 해
'이재명 얼굴' 지방선거엔 아쉬움 토로
결국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이 선행해야, 그 변화되고 결단된 모습을 중심으로 당내 화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셈이다. 화합에 앞서 변화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선후 관계'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의원 또한 변화와 결단을 통해 '일신된 당'의 화합된 모습을 향해 뛰는 게 '대통령 말씀에 따르는 것'이라는 점을 밝혀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했다.
이처럼 문 전 대통령이 박 의원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와 결단'을 주문한 것은, 최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통해 전해진 전언과는 뉘앙스가 전혀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박지원 전 원장은 지난 10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다며,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이 총단합해서 잘해야 하는데 그렇게 나가면 안된다"며 "지금 이재명 대표 외에 대안도 없으면서 자꾸 무슨……"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한 바 있다.
박용진 의원의 하루 두 차례 페이스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변화와 결단을 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화합하는 모습'을 당부한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을 소개했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변화와 결단'보다 '화합'에 주목해, 마치 문 전 대통령이 '묻지마 봉합'을 주문한 것처럼 해석하는 견해가 나왔다. 그러자 같은날 오후에 박 의원은 이 대표의 맹목적 극성 지지층 '개딸'들의 '좌표찍기' '문자폭탄' 행태를 우려하는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을 추가 공개했다. 문 전 대통령의 전언이 담고 있는 정확한 의중과 뉘앙스를 바로잡기 위해서가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박 의원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접견에서 이재명 대표가 총괄선거대책위원장으로 뛰었던 지난해 6·1 지방선거의 결과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역시 '이재명 대표 얼굴로 총선을 치를 수 있느냐'는 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치적 함의가 상당한 언급이라는 해석이다.
박용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 마침내 영남의 지역구도를 획기적으로 넘어설 수 있었는데, 지난 지방선거에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며 "나는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단지 검찰을 앞세운 윤석열정부의 탄압에 맞서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삶과 건강, 미래를 생각했던 문재인정부의 성과가 무너지는 것을 막아야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