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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도 아닌데…민주당 진영, 성비위는 생활체육 아니다 [기자수첩-정치]


입력 2023.04.14 07:00 수정 2023.04.14 07:00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수 차례 '몰락 사례' 뻔히 보면서도…

'절대선' 도덕적 환각 상태에서 일탈

성적 일탈 관한 잣대에 무감각·마비

"독립운동가는 기생집도 안 갔더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오거돈 전 부산광역시장(사진 왼쪽부터) ⓒ데일리안

박원순 전 서울특별시장 유족 측의 변호인이자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전 사무부총장의 변호인이 성추행 의혹에 휩싸였다. 와인 바에서 후배 여변호사의 손을 만지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이다. 당사자는 "나를 흠집내려는 의도가 명백하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CCTV 영상이 공개되며 논란은 확산되는 추세다.


의아한 것은 당사자가 성비위 논란에 휩싸여 스스로 목숨까지 끊은 박원순 전 시장의 유족 측 변호인이라는 점이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본인이 박 전 시장 (유족 측)의 변호사였지 않느냐"며 "성적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본인도 잘 알텐데, 그런 사람이 밥을 먹는데 왜 저런 식으로 행동했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확실히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준 민주당발(發) 성비위 의혹이 벌써 몇 번째인가.


재선 충남도지사로 전도유망한 대권주자였던 안희정 전 지사는 정무비서를 상대로 수 개월에 걸쳐 성폭력을 행하다가 정치생명이 끝장났다. 3전 4기 끝에 부산광역시장이 된 오거돈 전 시장은 여직원 강제추행치상으로 첫 임기조차 채우지 못했다. 헌정사상 최초의 3선 서울특별시장으로 유력 대권주자였던 박원순 전 시장은 여비서에게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며 성희롱을 하다가 피소당하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런 사례를 수 차례에 걸쳐 보면서도 지금은 고인이 된 전(前) 광복회장은 광복회의 수익사업에서 나온 돈을 횡령해 무허가 마사지 업소에 드나들었다. 박 전 시장 사건을 가리켜 "참혹하고 부끄럽다"던 민주당 출신 3선 의원은 보좌관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정청래 최고위원의 보좌관 출신 서울시의원은 시의회에서 민주당 원내대표까지 하다가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됐다.


민주당 진영 인사들은 왜 마약처럼 성적 일탈 의혹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이들의 성적 일탈 의혹이 마치 마약에 취한 듯한 일종의 환각 상태에서 저질러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진영의 도덕적 우월성에 대한 오인, 절대악에 대항하는 절대선으로서 투쟁하고 있다는 착각이 일상에서의 성적 일탈 의혹에 대한 도덕적 잣대를 마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난 2008년 '광우병 괴담'으로 인한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의 일이다. 시위 도중 여대생이 공권력에 의해 사망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사람을 찾습니다' 광고 모금을 제안했던 일명 '안마열사'는 1900만원을 모금받아 신문 광고비로 집행하고 남은 400만원을 안마시술소·나이트클럽·유흥주점·모텔에 드나드는데 결제한 자신의 개인계좌로 이체했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안마열사'는 "남은 금액 일부를 급한 내 사정에 쓴 것은 사실"이라고 해명하면서도 당당했다. 안마시술소·나이트클럽·유흥주점·모텔이 뭣이 '급한 사정'에 해당하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당시 친(親)민주당 성향의 네티즌들이 포진했던 '다음(현 카카오) 아고라'에서는 "독립운동가 분들은 기생집에도 안 가셨다더냐"는 비호가 나왔다.


이런 인식은 마약에 취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아직도 세상은 일제강점기이고 자신은 독립운동을 하고 있다는, 아니면 신군부독재 치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하고 있다는 환각 상태에 빠져있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일탈 의혹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곧 숭고한 자신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는 인식으로 이어진다.


광복회의 수익사업에서 나온 돈을 횡령해 무허가 마시지 업소에 수 차례 드나든 김원웅 전 회장은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되자 돌연 "반평생 친일청산에 앞장서왔다"며 "친일반민족언론에 의해 내가 무너지는 게 가슴 아프다"는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친일·반일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횡령과 무허가 마사지 업소 출입 등 일탈 의혹이 문제가 됐는데도, 스스로를 일제 치하 독립운동가에 비정하는 듯한 사퇴 성명을 냈다. "무너지는 게 가슴 아프다"지만, 본인 외에는 아무도 그러한 환각 상태에 빠져있지 않으니 국민들은 그의 몰락에 가슴이 아플 리가 만무했다.


세상을 흑백으로 바라보며 '나는 절대선이고 상대방은 절대악'이라는, 마약에 취한 듯한 독선적 환각 상태에 빠져있는 민주당 진영 인사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 이러한 환각적 세계관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한, 민주당발 성비위 의혹은 마약을 끊지 못하듯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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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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