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대선배 '영웅' 이승엽 감독 앞에서 홈런포
두산 이승엽 감독, 친정팀과의 대구 첫 대결서 0-1 패배
“이승엽 감독님이 돌아오셔서 기쁘다. 승리는 박진만 감독님께 드리겠다.”
경기 전 약속대로 구자욱은 결승 홈런 하나로 삼성 라이온즈에 승리를 안겼다.
구자욱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펼쳐진 ‘2023 KBO리그’ 두산 베어스전에 3번 타자(우익수)로 선발 출전,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을 올리며 승리의 영웅이 됐다. 삼성은 구자욱의 솔로홈런과 선발 데이비드 뷰캐넌 호투(6이닝 무실점)로 1-0 신승했다. 두산은 4연패에 빠져있던 삼성에 져 4연승에는 실패했다.
선수 시절 삼성 라이온즈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이승엽 감독이 대구서 삼성을 상대로 치르는 첫 경기라 큰 관심을 모았다. 이 감독은 2017년 선수 은퇴 이후 6년 만에 지도자로 리그에 복귀하면서 삼성이 아닌 두산 유니폼을 입었고, 이날 정규시즌 첫 대결을 치렀다.
경북고를 졸업한 이 감독은 1995년 삼성 라이온즈를 통해 프로에 데뷔, 2017년 은퇴할 때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뛴 기간(2004~2011년)을 제외하면 삼성에서만 활약했다. 이 감독의 선수 시절 등번호 '36'은 삼성의 영구결번으로 지정돼 라이온즈파크 3루측 외야에 걸려있다.
영웅에게 비수를 꽂았다. 선수 시절 이전부터 영웅으로 가슴에 품었던 삼성라이온즈의 대선배이자 KBO리그 통산 최다홈런 기록(467개) 보유자 이승엽 감독 앞에서 구자욱은 승리를 부르는 홈런을 쏘아 올렸다.
첫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 나간 구자욱은 0-0 맞선 4회말 선두타자로 타석에 등장, 볼카운트 3B1S에서 알칸타라의 몸쪽 낮게 떨어지는 직구(시속 149㎞)를 때려 이승엽 감독 벽화가 있는 오른쪽 펜스를 넘겼다. 0의 침묵을 깬 구자욱의 시즌 2호 홈런(비거리 120m).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구자욱은 포효했고, 삼성 팬들은 환호했다.
이 홈런 하나는 이날 경기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두산은 삼성(3개)보다 많은 7개의 안타를 뽑았지만 1점도 올리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졌다. 선발 알칸타라는 6이닝 1실점 호투로 역할을 다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승리하면 경기를 마치고 그라운드로 나가서 삼성 팬들에게 인사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이 감독은 친정팀과의 첫 경기에서 패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