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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에겐 발톱 안 세워" "후배들은 가만 안둬"…홍준표의 비상한 정치감각


입력 2023.05.16 01:00 수정 2023.05.16 06:49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이재명' 만나 '김기현' 비판 후폭풍

당안팎 거센 비난…한발 물러선 洪

홍준표 대구시장 (공동취재사진)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비상한 정치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홍 시장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을 비판해 당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자신을 향한 당내 여론이 악화하자 홍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임기 말까지 발톱 세울 일 없다"고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면서도 "당내에서 어쭙잖은 후배들이 경우도 없이 대들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동물적인 정치적 감각으로 치고나갈 때와 빠질 때를 정확하게 알고 대처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준표 "최전방 공격수 하기엔 이제 너무 나이 들어"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홍 시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선 나는 대통령은 여야를 불문하고 존중한다. 국민들이 선택했기 때문"이라면서도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대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부당한 권력과는 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늘 싸운다. DJ(김대중 전 대통령) 저격수도 했고 노무현 저격수도 했다. 한때는 야당의 최전선에서 투사로서 활동도 했었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홍 시장은 "3선 이후에는 싸움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폴리티시안이 아닌 스테이트맨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지금 나는 최전방 공격수를 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 이젠 진영논리를 떠나 좌우를 아우르고 화합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것은 한국 보수진영 궤멸 책임을 물은 것이고 그 여파는 전적으로 내가 책임진다고 했다"며 "당내에서 어쭙잖은 후배들이 경우도 없이 대들면 그건 용납하지 않는다"고 뼈 있는 말을 남겼다.


이는 최근 자신을 향해 공개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 ("밖에서 집안 흉이나 보는 마음 꼬인 시아버지"), 유상범 수석대변인 ("이재명 의도한 정치적 목적 다 달성해 준 듯"), 하태경 의원 (홍 시장은 어떨 때는 똑똑한데 어떨 때는 매우 모자라")을 겨냥함과 동시에, 향후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당내 다른 의원들에게 미리 경고장을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대구시청 산격청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과 면담 후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홍 시장은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10일 대구시청에서 이재명 대표의 예방을 받았다. 여야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홍 시장과 이 대표의 만남에 "(윤 대통령보다) 자기 그릇이 훨씬 크다는 것을 보여준 것(박지원 전 국정원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국민의힘) 당대표가 옹졸해서 말을 잘 안 듣는다" "대부분 정치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통령실에 있다" 등 대통령실과 당을 향해 작심비판을 쏟아내 당 안팎에서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남의 당 대표' 앞에서 '우리 당 대표' 험담을 한 것은 선을 넘은 것이라는 당내 평가가 나왔다.


홍 시장의 이날 페이스북 글도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의 '마침내 발톱 세우는 솔저 홍준표'라는 칼럼에 대한 답글이다.


칼럼에는 '홍 시장이 좋은 전투력을 적을 향해서는 잘 안 쓴다. 물론 홍 시장이 이재명 대표를 비판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부 인사들을 상대로 싸울 때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공격했던 기억이 내겐 없다' '왜 홍준표는 이재명과는 안 싸우고 윤 대통령은 조롱하고 싶은 걸까'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홍준표 평전은 잘 읽었다"며 "윤 대통령에게는 임기 말까지 발톱을 세울 일이 없을 거다. 오로지 잘하기만 바랄 뿐이다.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렇고 윤 정권이 성공해야 차기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에서도 홍 시장의 '과함'을 지적하자, 홍 시장이 이러한 비판을 통크게 수용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아울러 김기현 대표와 당 소속 의원들을 향한 비판에는 가차 없지만, 윤 대통령에 대해서는 '싸울 의지'를 드러내지 않으며, 정치적 전열을 재정비한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재명 대표를 만난 후폭풍이 거세지자,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당 안팎 여론을 중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홍준표라는 정치인이 왜 롱런 하는 지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치고 빠질 때를 정확하게 아는 '역시 홍준표'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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