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라덕연 재산 '2642억' 동결…피해자들,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조계에 물어보니 149]


입력 2023.05.18 05:27 수정 2023.05.18 05:27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법원, 검찰의 기소 전 추징보전 청구 인용…라덕연 부동산·예금·주식·코인 동결

라덕연, 법원서 확정판결 나오기 전까지 동결 재산 임의 처분 불가능…추징된 범죄수익, 국고 귀속

법조계 "기소 전 추징보전, 피해자 피해회복과 상관없어…범죄수익 개념 자체, 피해자 재산 아냐"

"피해자들, 따로 민사소송 거쳐 돈 받아야" vs "부패재산몰수법 적용하면 국가 차원 피해회복 가능"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發) 주가폭락 사태 관련 주가조작 의혹 핵심으로 지목된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추징보전을 법원이 인용하며 라 대표가 보유한 2642억원 상당의 부동산과 예금, 주식, 코인 등의 자산이 동결됐다.


법조계에서는 추징보전 인용 여부와 별개로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피해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지를 놓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추징보전을 통해 몰수된 금원은 국고에 귀속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라 대표를 상대로 민사소송 등을 거쳐야 한다는 의견과,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법)을 적용해 국가 차원의 피해회복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이날 통정매매 등을 통한 시세조종으로 약 264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자본시장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를 받는 라 대표의 부동산, 예금, 주식, 가상화폐, 법인 명의의 부동산과 사무실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을 추징보전했다. 기소 전 추징보전은 피의자들을 기소하기 전에 범죄수익에 해당하는 만큼의 재산을 동결하는 절차로, 라 대표는 법원 확정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 됐다.


다만 해당 금원이 피해자들의 피해회복에 사용될지는 미지수다. 현행법상 추징보전을 통해 몰수된 범죄수익은 국고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검찰의 기소 전 추징보전은 피해자들의 피해회복과는 관련이 없다"며 "추징보전이 받아들여져 범죄수익이 추징되면, 그 금원은 국고에 귀속된다. 추징은 범죄수익 자체를 피의자 소유라고 전제한 상태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범죄수익이니까 돌려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범죄수익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 돈이) 피해자 재산이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라 부패 범죄에 해당하고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몰수·추징 금원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이번 사건은 특례법 적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라덕연이 살아있어 민사소송 등 제기가 가능하지 않느냐. 손해배상청구권 행사가 가능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특례법은 '특례'라서 폭넓게 인정할 수 없다. (추징된 금액은 국고로 귀속된다는) 원칙에 반하는 특례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경우 따로 배상명령신청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라덕연 일당에게 돈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SG증권발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H투자자문사 라덕연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김도윤 변호사(법률사무소 율샘) 역시 "추징보전 된 재산은 몰수·추징 확정판결이 나면 국고에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라며 "사기 등 범죄수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범죄는 원칙적으로 몰수·추징보전 할 수 없도록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부패재산몰수법에 따르면 특정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범죄수익을 몰수·추징보전 한 후 재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을 경우 국가가 피해자에게 직접 돌려줄 수 있다"며 "수사 결과 라덕연 일당이 부패재산몰수법에서 정한 범죄에 해당한다면 이를 몰수·추징보전 한 후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피해자들이 일정 절차를 거쳐 국가로부터 피해 회복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앞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에 대한 추징보전 사건에서는 검찰의 추징보전 청구가 일부만 인용됐다"며 "검찰이 라덕연 일당의 범죄사실과 범죄 피해 재산을 어느 정도 찾아내고 입증하는지에 따라 추징보전 금원이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검찰의 수사 결과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소정 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는 "피해 인원과 규모가 상당하고, 피해자들이 직접 가압류 등 보전 조치 등을 통해 피해 금원을 회복하는 것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며 "절차도 다소 어려운 만큼 범죄 피해자 재산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에는 환수 관련 전담팀이 존재하는 만큼, 위 특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라덕연 사태가 피해자와 공범을 구분하기 어렵고 피해 금액을 특정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큰 장애로 작용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 물어보니'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황기현 기자 (kihyu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