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주년 기념해 방한한 트뤼도
"한국에서 환갑은 새로운 사이클,
가장 친한 친구 되자" 제안했지만
정작 우리 본회의장은 썰렁한 풍경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방한, 지난 17일 국회를 찾아 김진표 국회의장과 환담하고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했다. 188㎝ 장신인 트뤼도 총리는 김 의장과의 기념촬영에서 '매너 다리'를 취해 분위기를 훈훈하게 만들었으며, 국회 연설에서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희망의 등불"이라고 우리를 치켜세웠다.
특히 우리말 "감사합니다"로 연설을 시작해, 수교 60주년이 우리 문화에서 환갑(還甲)을 의미한다는 것을 의식한 듯 "한국 문화에서 60세라는 나이는 한 사이클이 끝나고 또다른 사이클이 시작되는 의미가 있다더라"며 "환갑이라는 관점에서 한국과 캐나다가 우리 공통의 약속을 새롭게 하고 평화·번영·지속가능성의 새로운 사이클에서 가장 친한 친구로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은 많은 준비 끝에 연설이 행해졌다는 점을 짐작케 했다.
문제는 트뤼도 총리의 연설이 행해진 본회의장의 썰렁한 풍경이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는 20분 간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재적 과반을 간신히 넘는 160여 명의 여야 의원만이 자리를 지켰다. 우리 의원들은 트뤼도 총리의 20분 간의 연설 동안 15차례의 박수를 보냈으며, 기립박수는 연설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에 한 차례씩 하는데 그쳤다.
여야 당대표는 정치지도자로서 마땅히 외국 정상을 맞이하고 환영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나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회의장 자리를 지키다가 트뤼도 총리와 악수라도 나눴다. 집권여당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유력 언론사의 행사에 간다는 이유로 아예 불참했다.
이러한 광경을 보며 지난달에 있었던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때 미국 의원들이 보여준 자세와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재적 과반 겨우 넘는 인원만 자리 지켜
김기현, 유력 언론사 행사 간다며 불참
윤대통령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 때
미 의원들이 보인 손님맞이와 비교돼
윤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미 의회에서 연설할 때에는 상·하원 재적 535명의 의원 중 극소수를 제외한 500여 명의 의원이 참석했다. 미국 정당은 당대표가 없고 원내대표가 정당을 대표하는데,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 4인이 모두 참석한 것은 물론이다.
40여 분간 이어진 윤 대통령의 연설 중에 56차례의 박수가 나왔으며 그 중 26차례는 기립박수였다. 특히 윤 대통령이 입장할 때에는 매카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릴 때까지 4분여 동안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미국 의원들이라고 해서 지역구 행사가 없을 리 없고 바쁜 일이 없을 리 없다. 한가해서 외국 국가원수의 연설을 40여 분 동안 자리를 지키며 경청한 것은 아닐 것이다. 미국 의원들이라고 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 리도 없다. 그럼에도 500여 명의 의원들이 40여 분 연설 동안 26차례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와 비교하면 우리 국회의 손님맞이는 실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특히 캐나다는 1949년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한데 이어, 이듬해 6·25 전쟁이 터지자 2만7000명을 파병해 함께 싸운 혈맹이다. 캐나다의 파병 규모는 미국·영국에 이어 참전국 중 세 번째다.
'혈맹'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를 향한 우리네 국회의 손님맞이가 이런데 과연 우리 정치지도자들이 밖에 순방을 나가서 환대를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4류 정치' 국회의 수준을 보여준 손님맞이에 부끄러움과 민망함, 자괴감은 오롯이 국민의 몫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