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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영화 뷰] "퀴어 영화는 빼라"…인천여성영화제를 향한 시대착오적 검열이 위험한 이유


입력 2023.06.22 10:20 수정 2023.06.22 10:2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22일 인천시 혐오행정 규탄 기자회견

인천시가 지역여성영화제에 "퀴어 영화를 빼라"고 요구했으나, 영화제 측이 시 지원을 거부하고 예정작을 그대로 상영하기로 했다.


인천여성영화제 측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제19회 인천여성영화제는 인천시 보조금 지원 사업으로 선정됐으나 담당 부서는 실행계획서 승인을 앞두고 상영작 검열과 퀴어 영화 배제를 요구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인천시가 앞장서서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부추기는 혐오 행정을 하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다. 인천시 지원을 거부하고 우리 힘으로 영화제를 치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인천여성영화제는 영화를 매개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담론을 형성, 지역의 성 평등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진행된 인천의 대표적인 여성영화제다. 2019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되었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인천시 보조금 사업으로 진행해 왔다. 올해도 인천시 공모사업으로 진행하고자 지원을 했고, 올해 5월 최종 선정됐지만, 인천시는 인천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을 문제 삼았다.


인천시는 인천여성영화제의 퀴어 주제 상영작에 대한 시민 사회의 의견이 일부 상반되는 만큼 많은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수정과 보완을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이 동성애를 트렌드처럼 받아들이고 잘못된 성 인식이 생길 수 있기에 교육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 등의 이유로 퀴어 영화를 상영에서 제외할 것을 재차 요청했다는 것. 인천시는 "사회구성원이 상호 공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할 수 있도록 동성애와 탈 동성애 각 장르별로 1편씩 상영하는 방안을 영화제 측에 제시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천여성영화제 측은 이 같은 인천시의 제안이 전체주의적 행정, 혐오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 "묵과하지 않고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울 것이다. 혐오 세력, 혐오를 부추기는 정치,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갈라 치려 할 수록 우리는 더욱더 단단하게 서로를 연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영화제 총사업비는 4400만 원으로, 인천시가 4000만 원을 지원하고 조직위가 400만 원을 부담하기로 했으나, 대립을 빚게 되면서 인천여성영화제는 보조금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이에 7월 13일부터 시작돼 나흘 동안 진행 예정이었던 영화제는 하루 축소해 14일 개막한다. 비용은 500만 원을 목표로 한 펀딩을 열었다. 현재까지 목표금액을 훌쩍 넘은 989만 9000원이 모였다.


인천시의 퀴어 상영작 배정을 두고 의견은 분분하다. 과거에도 인천여성영화제는 퀴어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기도 했고 인천시는, 문화 다양성 확산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2015년부터 디아스포라 영화제를 진행해 왔다. 인천시가 문제 삼은 상영작 반박지은 감독의 '두 사람'은 베를린에 사는 노년의 커플 수현과 인선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올해 디아스포라 영화제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인천시의 인천여성영화제를 향한 제동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21년 SBS가 설 연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동성 간 키스신 편집해 방송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SBS 측은 추석 연휴 때 원작 그대로 다시 한 번 방송에 내보냈다.


전 세계적으로도 영화 및 드라마에 퀴어 및 소수자에 대한 표현이 점점 더 자유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제85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및 주요 부문을 석권해 7관왕에 오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는 아시아계 미국인 서사이자 모녀 서사·이민 1세대와 2세대의 서사·퀴어 서사 등 다양한 서사가 담겨있는 작품이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차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몬스터'도 퀴어 영화였다.


영화계는 단편적으로 인천시의 검열과 지원 철회가 소수에 한정된 차별로 보일 수 있지만, 더 나아가 문화 예술 표현의 위축과 다양성 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길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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