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 분야,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분야로 확대해야"
전력·통신 인프라 개발 지원키로
글로벌 이슈 공동 협력 의지까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베트남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과의 경제적 협력 관계를 더욱 심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 양국관계에 걸맞게 기존 '수직적 분업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협업 관계'로 질적 변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하노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서울과 하노이의 물리적 거리는 3000㎞가 넘지만, 양국은 무역 투자는 물론 인적교류와 문화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핵심 파트너가 됐다"며 "그간 경제인 여러분의 노력에 힘입어 우리 양국은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양국 간 협력 관계를 더욱 고도화하고 심화시켜야 한다"며 "제조업 중심에서 유통·금융·IT·문화 콘텐츠 등 서비스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고, 협력 방식도 수직 분업 구조가 아닌 수평적 협업 관계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가장 시급한 것은 양국 무역의 역동성을 더 끌어올리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소비재·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을 확대함과 아울러 통관 절차 간소화 등 무역의 걸림돌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베트남의 전력·통신 인프라 개발을 적극 지원해나갈 것"이라며 "한국은 ICT·핵심 광물 분야에서 베트남의 기술 역량을 높이고, 글로벌 어젠다에도 공동으로 협력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자유무역 체계는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글로벌 공공재로서 양국이 협력해 자유무역 체제와 다자주의를 굳건하게 지켜야 한다"며 "최근에 타결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공급망 협력과 같이 국제규범 정립에도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자관계는 물론 규제규범 정립 등 국제사회 핵심 이슈와 관련한 협력 의지를 피력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양국 인적교류 확대를 위한 지원 의지도 밝혔다. 미래 세대간 교류는 양국 협력의 핵심 사안인 만큼 "미래 세대 간 교류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베트남 속담에 '메콩강이 1000년을 변함없이 흐르는 것처럼 친구의 가치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며 "오늘 포럼을 계기로 양국 우정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는 윤 대통령과 팜 밍 찡 베트남 총리를 비롯해 한국과 베트남의 정·재계 인사 60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 인사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배석했다. 기업 측에서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350여명이 참석했다.
베트남 측에서는 응웬 찌 중 기획투자부 장관 등 정부 인사와 함께, 황 반 광 페트로베트남 전력공사 이사장 등 250여명의 기업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베트남 국빈 방문과 관련한 경제 분야 핵심 키워드로 △무역 역동성 회복 △경제 협력 고도화 △미래세대 간 연대 지원 등으로 꼽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11건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이번 순방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205명의 경제사절단이 베트남을 방문해 역대 최대 규모인 111건의 MOU를 체결했다"며 "어제 진행된 무역상담회에서는 총 100개 사가 참여해 540여 건 이상의 상담을 통해 약 5600만 불 규모의 계약을 현장에서 추진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베트남 진출 기업인들과 오찬 간담회도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포럼에 앞서 베트남 진출 기업인들과 하노이 한 호텔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은행법인 지점 설치 인허가 등 그동안 전달받은 기업인들의 요청 사항을 오늘 정상회담에서 전달하고 긍정적 답변을 받았다"며 "국가는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 여러분들이 정부 눈치 볼 것 없다"며 "대한민국 정부에 당당하게 요구하고 강하게 어필해달라"고도 했다.
해당 간담회에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오영주 주베트남 대사 등이 배석했다.
기업 측에선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현대자동차, 효성,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하나마이크론, 성림첨단산업, 롯데, CJ, 대우건설, 신한은행, 율촌 등 12개 업체의 베트남 법인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