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홍종선의 연예단상⑱] 비공식작전, 시사회 날짜를 보면 영화가 보인다


입력 2023.07.17 09:13 수정 2023.08.05 17:32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영화 ‘비공식작전’, ‘여름 빅4 첫 시사’ 이유 있었다

아프리카 모로코에서 70%가 촬영된 영화 ‘비공식작전’ ⓒ 이하 ㈜소박스 제공

영화 시사회 시기를 두고 기자들은 가설을 세운다.


특히, 개봉 직전 언론·배급시사회를 열 때 그렇다. 배급의 입장은 차치하고 기자와 관련해 가장 비중 높은 경우는, 영화에 자신이 없어서 언론의 도움이 아니라 무관심이 필요해서 ‘좋지 않은’ 기사가 하나라도 덜 나오길 바라 ‘날치기 통과’처럼 요식행위로 개최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드물게는 영화가 너무 잘 나와서 언론의 호평 따위 없어도 흥행에 자신 있는 경우다.


개봉 시기를 넉넉히 남겨두고 시사회를 하는 경우도 해석이 개입된다.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충분한 시간 속에 대중의 관심을 받고 개봉하고 싶어 하는 희망과 의지가 읽힌다.


작품의 완성도 및 영화적 재미 달성도와 시사회 시기의 상관관계에 관한 가설과 해석은 당연히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보고 나면 답이 보인다. ‘아아, 이래서 막판에 잡았구나’, ‘와! 일찌감치 공개한 이유가 있었어!’.


웃음 나오면 웃고 ⓒ

지난 13일 시사회를 연 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 제작 와인드업필름·와이낫필름, 제공·배급 ㈜쇼박스)은 후자의 경우다.


우선 재미있었다. 납치된 한국 외교관을 구출한다는 소재의 진정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지루할 틈 없이 크고 작은 유머와 웃음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올 수 있다니! 아니, 희극과 비극은 통하는 것이라 ‘비공식작전’의 웃음은 인생의 아린 맛을 진하게 한다.


심장 떨릴 땐 쫄고 ⓒ

액션이 끝내 줬다. 액션 자랑 따로, 스토리 흐름 따로가 아니라 이야기를 담고 굴러가는 ‘비공식작전’이라는 마차에 딱 붙어 마차에 속도감을 주고 쾌감을 높이는 바퀴 역할을 액션이 했다. 이야기와 액션이 하나 되어, 이야기에서 액션 시퀀스가 배태되고 짜릿한 액션이 이야기의 감정을 뜨겁게 하는 ‘선순환’의 반응 속에 스파크가 튀었다.


하정우와 주지훈 배우들이 마차 안에 앉아 있고, 김성훈 감독이 마부가 되어 마차를 모는 느낌이 아닌 것도 좋았다. 때로는 감독이 모는 마차 위에 올라타거나 옆에 달라붙어 아슬아슬 액션하고, 때로는 감독과 원격으로 소통하며 배우들이 직접 말고삐를 잡은 느낌이 달리는 마차의 현실감을 높였다. 연출도 연기도 수동적이지 않은 느낌,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마차가 힘차게 달리도록 처음부터 끝까지 힘을 다했다.

‘흙수저’ 이민준에 공감하다가 ⓒ

그 과정에서 배우 하정우는 특유의 말맛과 리듬 넘치는 발성을 넘어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하정우를 통해 빚어진 외무부 ‘흙수저’ 사무관 이민준을 보며 직장이나 사회 피라미드에서 말단에 존재한 우리의 설움에 공감하고, 어떻게든 이를 극복하고 벗어나려는 노력 속에 실로 대단한 일을 해내는 그를 보며 감격의 눈물을 쏟는 나를 만날 수 있다.


김판수의 인생굴곡에 짠하다 보면 ⓒ

배우 주지훈은 영화 ‘암수살인’의 강태오, 그 강렬했던 연기를 능가하는 캐릭터 김판수를 세상에 내놓았다. 좀처럼 가능해 보이지 않던 일이다. 녹록지 않았던 인생역정 속에 살아남기 위해 장착하게 된 ‘양아치’ 느낌이 물씬 나면서도, 흐르고 흘러 들어간 레바논에서도 잊지 않은 어머니처럼 ‘선한 인성’을 가슴속 깊이 간직한 인물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했다.


영화 제목 ‘끝까지 간다’처럼, 정점까지 오르는 경험은 짜릿하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며 한숨을 쉬지 않았고, 대체로 만족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불러온 ‘고구마’에 숨 막히지 않고 엔드 크레딧을 만났다.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구해내는 데 능한 김성훈 감독과 ⓒ

같은 재료여도 다른 음식을 만들 수 있다던 김성훈 감독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꽉 채워 진실로, 외교관이나 국민을 타국에서 탈출시키거나 구한 영화들, 먼저 공개된 ‘모가디슈’와 ‘교섭’과는 전혀 다른 맛과 향, 비주얼부터 다른 요리로 완성했다. 비슷한 시기에 기획해 가장 늦게 관객을 만나면서 비슷한 영화로 오해받기엔, 새롭게 탄생한 완전히 다른 작품이다.


한 발짝 떨어져 보면 ‘익숙한 맛’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다가가 직접 본다면 인물들이 전형적이지 않고 액션과 리액션의 구조와 흐름이 남다름을 눈치챌 것이다.


멋진 두 남자의 ‘버디 액션 감동 무비’를 만납니다 ⓒ

지독하게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감독 김성훈과 남김없이 땀을 쏟아낸 배우 하정우와 주지훈, 개성 넘치는 연기로 영화를 받치는 김응수와 박혁권, 새로이 주목하게 될 임형국을 비롯해 모든 출연진, 그리고 ‘미션 임파서블’급 웰메이드 영상을 가능케 한 제작진이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우리를 위해 공식적으로 영화 ‘비공식작전’을 완성한 주인공들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