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이후 10년 내내 이념 따라 ‘흔들’
감사원 文 정부 보 해체 결정 뒤집어
윤 대통령 ‘포스트 4대강’ 사업 박차
물 정책 총괄 환경부, 시험대 올라
사업 시작 기준 15년, 준공 기준으로는 만 10년 세월을 흘러온 4대강 사업이 또다시 격랑(激浪)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네 차례 감사에서 엇갈린 결론을 내렸던 감사원이 이번 다섯 번째 감사에서 전임 정부 정책을 ‘잘못된 결정’으로 규정하자 환경부 등이 사실상 ‘포스트 4대강 개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향후 보 존치를 시작으로 4대강 본류와 지류 하천에 관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20일 지난 정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의 보 해체 결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졌다고 결론지었다.
감사원은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이 4대강 사업 반대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회가 구성되도록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보 해체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된 경제성 분석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협의’ 못 끌어낸 4대강…태생부터 논란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사업은 태생부터 갈등의 씨앗을 품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한반도 대운하’를 내세웠다가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게 바로 4대강 정비다.
정부 발표 기준 전체 사업비 22조원을 투입한 4대강 사업은 5년 동안 섬진강과 지류까지 포함해 16개 보와 5개 댐, 96개 저수지를 만들었다. 2013년 준공 이후에도 예산 낭비,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야당 정치권과 환경·시민단체는 거세게 반대했다.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만 바뀌다 보니 4대강 사업은 수시로 감사 도마 위에 올랐다.
2011년 1월 1차 감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세부 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에 관해 살폈다. 당시 감사원은 과다한 준설계획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전체 사업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특히 홍수 예방과 가뭄 극복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두 번째 감사는 박근혜 정부 취임 직전(2013년 1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 및 수질 관리 실태’다. 감사원은 4대강 사업으로 보에 갇힌 물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 수질 악화 우려가 높다고 봤다. 첫 감사와 달리 4대강 사업의 환경적 악영향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나아가 일반 하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을 기준으로 수질 관리를 해 수질 상태가 왜곡 평가·관리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세 번째 감사는 준공 이후 이뤄졌다. 2013년 7월 ‘4대강 살리기 사업 설계·시공 일괄입찰 등 주요계약 집행 실태’를 살핀 감사원은 ‘들러리 입찰’ 5건과 가격담합 입찰 13건을 확인했다.
4번째 감사는 진보 진영 집권 아래 진행했다. 2018년 7월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 실태 점검 및 성과 분석’ 감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 설계 단계부터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 주무 부처에 실증적인 검토 자료 등을 제시하지 않은 채 각종 세부 사항(최저수심, 조기 착공·완공, 환경영향평가 단축 등)을 일방적으로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 경제성 또한 50년간 총비용은 31조원이 들어가지만, 총편익은 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사업 힘 실어준 감사원, 정부 ‘포스트 4대강’ 속도 ↑
감사원은 이번 다섯 번째 감사에서 전 정부가 보 해체 경제성 분석 등에서 평가를 불합리하게 진행했고, 환경부는 특정 단체가 추천한 인사 위주로 위원을 선정해 위원회를 불공정하게 구성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은 이번 정부가 전임 정부와 다른 방향으로 4대강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셈이 된다.
실제 환경부는 감사원 결과 발표 직후 전임 정부 계획을 뒤집고 4대강 사업으로 건설한 16개 모든 보에 대해 ‘존치’를 선언했다.
환경부는 4대강 보를 지난해부터 극심해진 남부지역 가뭄과 올해 수많은 사상자를 낸 집중 호우를 예방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환경부 계획은 이수(利水)와 치수(治水)의 관점에서 4대강 사업을 재정비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뜻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부터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 폐기를 공언해 왔다. 바로 ‘포스트 4대강 사업’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달 임상준 전(前) 대통령비서실 국정과제비서관을 환경부 차관으로 임명한 것 역시 4대강 사업 재추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임 차관은 감사 결과 발표 전부터 “(전임 정부의 보) 해체 결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근거가 나온다면 당연히 존치 방향으로 재검토할 것”이라며 “보를 국민의 이익에 맞게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임 차관의 ‘보를 국민 이익에 맞게 활용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발언은 환경부의 댐 건설 확대, 하천 준설 등과 맞물려 4대강 사업 확장으로 연결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4대강 보 존치와 함께 새로운 댐을 건설하고 하천을 준설하겠다고 밝힌 것 또한 포스트 4대강 사업의 연장선이라는 평가다.
‘물관리 일원화’ 위기 환경부, 명확한 태도 취해야
윤 대통령이 사실상 포스트 4대강 사업에 불을 지피면서 환경부는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맞게 됐다. 현재 물과 관련한 이·치수 사업 권한 대부분을 가진 환경부로서는 시험대에 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때 ‘물관리 일원화’ 명분으로 국토교통부와 나눠 가졌던 수량, 수질, 재해 관리 등 업무를 모두 넘겨받았다.
그런데 최근 윤 대통령은 환경부가 이념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이·치수 정책을 펼치지 못한다며 불호령을 내린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환경보호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며 “(환경부는) 물관리 업무를 제대로 하고, 못하겠으면 국토교통부에 다시 넘기라”고 질타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앞으로 4대강 관련 선명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조직 개편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다만 물관리 주체를 국토부로 되돌리는 것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해 쉽지 않다. 환경부 내부 정책과 조직, 인사 등을 바꾸는 수준에서 윤 대통령 요구를 담아내는 게 현실적이다. 환경부의 예산·재정·인사·조직·규제 개혁 등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 국토부 출신 인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화진 장관은 20일 감사원 감사 발표 직후 “그동안 지속해 온 이념적 논쟁에서 벗어나 이제 4대강과 관련한 논쟁을 종식하겠다”며 “이른 시일 안에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도 신속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그릇’ 환경부 “모든 보 존치…댐 신설·하천 준설도” [4대강 재점화②]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