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전쟁> "불륜 연기? 공감 필수!"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입력 2008.09.22 11:02  수정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 세 주인공, 이시은-이정훈-이주나

스타 주인공, 억대 제작비, 웬만한 영화보다 스케일 크고 화려한 작품들이 안방극장에 넘쳐나고 있다. ´대작´ 들과의 경쟁이 무리일 수밖에 없는 소박한 단막극들은 자취를 감춰버린 지 이미 오래다.

이런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KBS 금요단막극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올해로 벌써 9년째다. ´부부들의 이야기´만을 다룬 작품이라 이제는 소재가 바닥났을 법도 한데, 톱스타들도 ´천운´이라고 말하는 시청률 성적 또한 꾸준한 두 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다. 초반 ´재연배우´로 불리던 극중 주인공들은 이제는 어엿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동시에 안방의 터줏대감이 됐다.

이것이 성과의 다가 아니다.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극장판으로도 제작된 <사랑과 전쟁>이 오는 25일 개봉돼,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들과도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TV에서는 보여주기 힘든 더욱 적나라한 스토리와 영상이 담겨 영화팬들의 기대가 적지 않은 상황. 영화 관계자들 또한 과연 극장판 <사랑과 전쟁>이 흥행 수익을 거둘 수 있을지의 결과를 의문 아닌 기대감으로 주시하고 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이 마냥 좋을 수 있지만 내심 부담감 때문에 힘들 법도 한 배우들. 그런데 이들은 개봉을 앞둔 긴장감 보다는 설렘과 기분 좋은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드라마처럼 재밌고 영화처럼 짜릿한 업그레이드된 <사랑과 전쟁>을 선보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이들에게서 설움과 행복을 모두 안겨 준 9년 세월이 뒷받침된 특별한 내공이 분명 느껴졌다.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의 이정훈

일단 수위 높은 베드신에 대해 대중의 호기심이 뜨겁습니다. 이미 완성본을 보셨을 텐데, 관객 기대치에 걸 맞는 흡족한 베드신이 나왔던가요?

- 수위 부분에 있어서는 솔직히 좀 아쉽습니다. ´좀 더 나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베드신 장면이 그냥 단순한 야한 재미를 더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거든요. 총 두 번 나오는데 첫 번째는 불륜 관계인 남녀의 베드신이라 판타스틱하면서도 강렬한 느낌이 진하고, 두 번째는 부부 베드신이라 섹시함 보다는 따뜻하고 로맨틱한 분위기가 풍기죠. 관객들에게 극과 극의 베드신 장면을 제대로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메세지를 더욱 잘 전달할 싶은 욕심이 크다보니, 좀 아쉬운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이정훈)

- 저는 (여자라 입장이 다를지 모르지만) 오히려 ´수위가 너무 높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좀 불만이 있었어요. 처음 시나리오 상보다 더 진하게 그려졌거든요. 정말 쉽지가 않았죠. 그런데 다행히 결과물이 참 예쁘게 나왔어요. <사랑과 전쟁> 감독님이 의외로 굉장히 보수적이세요. 그래서 여배우인 저를 참 많이 배려해 주셨죠. 열심히 애쓴 만큼 예쁜 베드신이 나와서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이주나)

이번 작품이 성인들이 볼만한 ´진한´ 영화일지 아니면 ´부부들의 속 이야기´를 파헤친 ´리얼리티´영화일지, 어느 쪽을 더욱 기대하고 보는 것이 맞을 까요?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의 이주나
- 두 가지 면 모두 기대하고 보셔도 아마 실망 없으실 거예요. ´코믹적인 요소´도 꽤 포함돼 있어 중간 중간 웃을 수 있는 즐거움도 있고요.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노골적이고 진한 표현들이 꽤나 거침없이 담겨 리얼한 재미가 강화됐고, ´맞바람´이라는 파격적인 소재지만 부부 관객들이 보시면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메세지도 있습니다. 드라마 형식 그대로지만 ´그게 다겠지´라는 생각은 절대 오산입니다. (이정훈)

- 정말 ´실제´ 같은 장면들이 관객들에게 주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드라마의 경우, 여주인공이 잠자리 드는 순간에도 옷만 잠옷이고 얼굴은 진한 화장 그대로잖아요. 이번 극장판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서 관객들이 봤을 때 모든 장면들을 실제 상황처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 (이주나)

그간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이 한 두 명이 아니다 보니 주인공 캐스팅 기준이 뭐였을지 궁금해요. 드라마에 나오지 않은 배우들의 캐스팅 이야기도 한 번쯤 나왔을 법도 하고요.

- <사랑과 전쟁>이 영화로 나오게 된 것은 드라마가 잘 됐기 때문이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누구보다 애정을 갖고 지금껏 이끌어온 배우들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감독님 생각이셨어요. 그래서 주인공이건 단역이건 드라마 출연진 안에서 절대적으로 캐스팅이 이뤄졌죠. (이시은)

- 제가 남자주인공으로 꼽힌 것은 <사랑과 전쟁>을 워낙 오래하기도 했지만 출연료가 싸서 캐스팅된 건 아닐까요(?), 주나 씨는 그야말로 적임자죠. 몸매가 어린 여배우들 못지않게 워낙 늘씬하잖아요. 그리고 나와 주나 씨는 베드신 부담이 덜할 수 있는 실제 ´싱글´이거든요.(이정훈)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의 이시은
- 좀 오래 쉬다가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지난해 영화 쪽으로 활동을 다시 시작했죠. 그런데 전부 결과가 안 좋아서 많이 아쉬웠죠. 그러던 차에 <사랑과 전쟁> 감독님이 극장판 출연 제의를 하셨어요. 생각하시는 캐릭터와 제 이미지가 꽤 잘 맞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사랑과 전쟁>에 출연한 인연이 있고, 또 애청자의 입장으로 꽤 오래 봐왔기 때문에 욕심이 나더라고요. 연기에 가장 목마를 때 찾아와 준 작품이라 스스로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이주나)


그런데 이주나 씨는 <사랑과 전쟁> 단 한 회 출연했잖아요. 그런 점에서 이시은 씨의 경우는 최다 출연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주인공이 아니라서 내심 서운하기도 했겠어요.

- 솔직히 그런 마음이 없진 않았죠. 30살 때 처음 시작해서 지금 제 나이가 39살이거든요. <사랑과 전쟁>에 30대를 모두 바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야말로 장수 최다 출연자인데 여주인공을 못해서 좀 아쉬운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알고 보니, 감독님 입장에서는 저한테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해서 제의를 못 하셨다고 하시더라고요. 유부녀인 저에게 노출 많은 베드신 역할을 안기는 건 ´좀 아니다´ 싶으셨나 봐요. 몸매 문제도 좀 있고 (하하), 그래도 솔직히 시켜주시면 살을 빼서라도 했을 텐데…, 이번 영화가 잘 되서 시리즈로 제작되면 그 땐 제가 여주인공을 꼭 좀 노려볼 참이에요. (이시은)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 세 주인공, 이주나-이정훈-이시은
<사랑과 전쟁>으로 영화로까지 화려하게 데뷔하게 됐지만, 배우분들 모두 힘든 고비가 있었을 것 같아요. 이미지가 굳어져서 다른 작품의 캐스팅이 힘들었을 것도 같고요.

- 다른 작품이 안 들어 올까봐 겁낸 적은 없지만, 실제로 여자친구가 너무 심하게 반대해서 중도에 자진 하차하고 6년 정도를 쉬었어요. 그 친구와 헤어진 지금은 다시 날개 달고 죽어라 열심히 하고 있죠.

솔직히 여성 시청자분들이 바람둥이 캐릭터를 미워하면서 또, 그만한 매력을 느끼시는 것도 같아요. 그리고 제가 또 바람둥이 역할만 한 것은 아니고, 굉장히 다양한 캐릭터를 했잖아요. 사실 <사랑과 전쟁>만큼 배우의 연기 욕구를 채워주는 작품을 만나기란 쉽지 않아요. 연기력도 ´팍팍´ 늘릴 수 있고요. 잃는 것보단 얻는 게 많죠. (이정훈)

-초반 ´재연배우´다 뭐다 해서 좀 편견이 있었지만 그래도 작품이 큰 사랑을 받으니까 결국 잘 된 연기자들이 많잖아요. 저만해도 <사랑과 전쟁> 덕분에 아침드라마에도 캐스팅돼 현재 출연하고 있고요. 이제는 <사랑과 전쟁>이 ´안방스타 양성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불륜전문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닐 만큼 불륜 연기를 많이 하셨는데, 연기라지만 전혀 공감가지 않은 상황을 보여 줘야할 때는 좀 힘들기도 했겠어요. <사랑과 전쟁>을 보면서 ´결혼하기 싫다´고 말하는 신세대들이 꽤 많아진 정도로 ´험한´ 스토리가 많잖아요.

- 허구건, 실제건 연기할 때 당위성을 전혀 찾지 못하면 솔직히 하기 힘들죠. 소재 자체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보니 다행히 이해가 전혀 안되진 않는 것 같아요. 정말 당위성을 찾기 힘들 때는 감독님께 요구를 하는 편이고요. 그보다 한 주씩 전혀 다른 인물을 표현해야하는 것이 초반 많이 힘들었어요. 나를 비워내는 작업이 상당히 버겁더라고요. 그런데 오래 하다 보니 내공이 꽤나 쌓이더라고요. <사랑과 전쟁>을 몇 년간 해온 지금 어떤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하던 간에 다 해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정훈)

- 전 ´불륜전문배우´란 꼬리표 참 좋아해요. ´전문´은 잘 못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따르지 않는 표현이잖아요. 한 분야에서만큼은 확실히 뭔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해요. 그리고 <사랑과 전쟁>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제 입장을 따져보면 그렇지 않아요. 전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거든요. 작품을 하면서 ´이래서 여자들이 바람을 피게 되기도 하는 구나´ 공감을 하는 동시에, ´우리 신랑은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 란 생각이 들어 감사하게도 돼요. 시부모님께도 마찬가지고요.

영화 <사랑과 전쟁;열두 번째 남자> 세 명의 주인공, 이주나(맨 아래) 이정훈 이시은

이번 극장판도 마찬가지에요. 30, 40대 부부들이 손잡고 오셔서 보시면 보는 동안을 즐겁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서로의 소중함이 더욱 진해지고 지난날도 한번쯤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겁니다.(이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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