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도 똑같다…이만하면 시스템 아닌 ‘능력’ 문제 [세수 재추계③]

장정욱 기자 (cju@dailian.co.kr)

입력 2023.09.07 07:00  수정 2023.09.07 07:00

세수 예측 오차율 3년 연속 10% 넘어

지난해 제도 전면 개선 이후에도 여전

국회 거치며 세율 달라져도 재추계 안 해

전문가 “제도 아닌 운용 능력이 문제”

기획재정부 전경. ⓒ데일리안 DB

기획재정부 세수 전망이 3년 연속으로 10% 이상 오차율을 보이자 추계 능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대적인 제도 개선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역대급’ 세수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제도 운용 능력의 문제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2021년 결산에서 세수가 애초 예측보다 61조4000억원이나 늘어나자 이듬해 2월 ‘세수오차 원인분석 및 세제 업무 개선방안’ 내놓았다. 1990년 이후 최대 세수 추계 오차율(17.8%)을 기록하자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기재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세, 부동산 시장 요인 등으로 세수 추계에 활용한 경제지표 전망치에서 오차가 발생했다”며 “2021년 경우 경제지표 급변 및 세수급증으로 회귀모형을 기반으로 하는 세수 추계 모형의 설명력이 저하하는 특수한 시기”라고 언급했다.


기재부는 이러한 자체 분석을 바탕으로 개선방안을 내놓았는데, ▲추계모형 정합성 강화 ▲의사결정 투명성 및 합의성 제고 ▲이상징후 대응체계 구축 ▲사후평가 및 피드백 내실화다.


구체적으로 추계모형 정합성 강화를 위해서 경제 분야별 자문기관 다양화, 지표별 복수기관 전망치 활용, 추계모형 고도화 및 지속 검증, 회귀모형 보완을 위한 추세선(trend-line) 분석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의사결정의 투명·합의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집단지성을 활용하기 위해 기재부 세제실 내 ‘조세심의회’를 두기로 했다. 다른 실·국, 징수기관 등과 소통·협업을 강화하고 ‘세수추계위원회’를 신설해 외부전문가 검증도 강화하기로 했다.


세수 급등락 등 이상징후에 대응하는 조기경보 시스템(EWS)도 구축한다고 했다. 경기변동을 반영한 주기적 세수 추계를 추진하고, 성과평가를 강화하기 위해 ‘Pass or Fail’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Pass or Fail 제도는 일정 수준 이상이면 ‘Pass’, 그 이하면 ‘Fail’ 둘로 나눠 판단하는 방식이다. 기재부는 평가결과가 Pass면 성과평가 가점 등 혜택을 부여하고, Fail이면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세수 추계 개선 방안 보도자료 일부. ⓒ기획재정부
제도 개선 1년 만에 최대 60조원 ‘펑크’


결과적으로 제도 개선 이후에도 세수 오차는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 7월까지 올해 누적 세수 부족액은 43조4000억원에 달한다. 현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1년 61조원 세수 초과에 육박하는 액수다. 당시에는 돈이 예상보다 많이 걷혀 국채 상환 등에 썼다. 올해는 반대로 돈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수출 부진과 내수 침체를 이미 예상했던 터라 2021년과 같이 돌발 상황 탓에 세수 추계가 어려웠다고 변명하기도 힘들다.


세수 추계 방식 개선을 추진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격차가 생기자 결국 제도(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 부족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 추계 능력에 관한 의심을 입증하는 사례도 있다. 국회가 올해 예산안을 처리할 때 일부 법안의 세율을 조정했는데, 기재부는 예산안 통과 이후 추계를 바꾸지 않았다. 세율이 국회를 거치면서 달라진 만큼 실제 세수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음에도 기재부는 이를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도 경제 상황은 늘 변수가 존재하고, 이에 따라 세수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인정한다. 다만 오차 범위가 지나치게 넓거나, 오차 발생 이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실력의 문제라고 꼬집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편성하고 실제 거둬들이는 시점이 다른 만큼 예산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세법이 바뀌었는데 세수는 변함없이 그대로 추계한다는 것은 당황스럽고, 굉장히 안이한 대처”라고 비판했다.


이 연구위원은 “보다 정밀한 세수 추계를 위해서는 세수 추계 베이스가 되는 경상성장률 예측치를 기재부가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책 연구기관 등에서 나온 수치들의 최대치와 최소치 사이에서 정할 수 있는 식으로 한계를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추계 모형 꼭꼭 숨기는 이유…“기득권 지키기” [세수 재추계④]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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