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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어린이집 설치 비용보다 벌금이 싸다고? 서울시, 이행강제금 대폭 강화


입력 2023.10.12 11:21 수정 2023.10.12 11:21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직원 500인 이상 사업장에는 보육시설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차라리 이행강제금이 싸다며 고의적으로 설치 안하는 기업도 있어

서울시, 이행강제금 1회에 최대 1억5000만원까지 높이기로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 상관없음) 지난달 13일 광주 북구 태봉 국공립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지진 대피 훈련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의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이 서울에만 17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비용보다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이득이라는 잘못된 인식도 암암리에 퍼져있는 상태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은 총 488곳으로 이 중 471곳은 이미 설치를 완료했거나 이행 예정이다. 나머지 17곳은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았다. 어린이집을 반드시 사업장 직영으로 운영할 필요는 없고 근로자의 자녀가 이용하는 개별 보육업체와 위탁계약을 해도 설치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지만 이마저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각 지자체는 해당 사업장에 2차례에 걸쳐 연간 최대 2억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액수가 이행을 강제하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다. 특히 직원 수가 많은 회사일수록 어린이집 운영 비용은 그에 비례해 늘어나는 반면, 이행강제금은 고정금액이라 그 격차가 커진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직원 수 1800명 규모의 중견기업 A사는 회사 직영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매년 직영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직원 자녀가 40명, 그리고 거리상의 이유로 외부 어린이집 위탁계약을 한 직원자녀가 15명 정도"라며 "어린이집 운영과 위탁계약 유지에 매달 3500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말했다. 연간으로 따지면 4억원 이상으로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회사에서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일부 기업 경영자들은 차라리 이행강제금을 내는 것이 낫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중견 의류기업인 ‘무신사’의 최영준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성수동 신사옥 건립계획에서 어린이집 설치를 백지화하며 ‘어린이집을 설치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것이 더 싸다’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시는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이행강제금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설치 이행계획 미제출 및 미이행 사업장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최대 1억원 부과하고, 3년간 2회 이상 이행강제금 부과에도 버티면 최대 1억5000만원까지 가중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사업장에는 위탁보육제도를 활용해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선순 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근로자가 마음 편히 아이들을 맡기고 일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어야 업무 효율성도 함께 높아질 수 있다는 걸 사업주들이 알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인희 기자 (ih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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