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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청조 같은 인간 수두룩…채팅앱서 활개치는 '로맨스 스캠'


입력 2023.12.04 04:37 수정 2023.12.04 04:37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7년 전 50대 남성이 온라인 채팅 앱에서 자신이 외국 항공사 기장이며, 수억 달러 자산가라고 속이면서 한 여성에게 접근했다. 그는 메시지를 보낼 때마다 비행 일정을 상세히 알리고, 체류 중인 도시명을 언급하며 의심을 피해갔다. 이 남성은 연인 관계가 된 지 열흘이 지났을 무렵 자산인 달러가 동결됐다며 생활비와 의료비 명목 돈을 요구했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총 4명의 여성에게 9억 8000만 원을 가로챘다.


ⓒ연예뒤통령이진호 유튜브

이처럼 SNS 등으로 호감을 쌓은 뒤 연애를 미끼로 돈을 요구하는 '로맨스 스캠' 가해자 상당수가 국적과 직업은 물론 성별까지 바꾸는 수법을 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일 학계에 따르면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학술지 '한국범죄학'에 실은 논문에서 로맨스 스캠 범죄로 1심 판결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73건 판결문을 분석해 이같이 밝혔다.


분석 결과 가장 많이 동원된 로맨스 스캠 시나리오는 '돈과 선물을 보내려고 하니 소요되는 비용을 지불해달라'는 수법으로 전체의 57%를 차지했다. 본인이나 가족의 처지가 어렵다고 호소하며 돈을 요구하는 경우는 19%, 짐을 보관하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을 내달라는 경우는 15%였다.


또 대부분 가해자는 피해자에 따라 다양한 직업과 국적은 물론 성별을 혼합해 사칭했다.


한 피고인은 '시리아에 파병 온 한국계 미군 여성' '시카고에 거주하는 컨설턴트' '한국에 진료차 올 예정인 미국 의사'를 사칭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돈을 뜯어냈다. 또 다른 피고인은 '폴란드 석유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영국 금융감독원 고위 여성 간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소장' 등을 번갈아 사칭했다.


이들이 사칭하는 국적은 미국이 43%로 가장 많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영국, 예멘, 프랑스도 자주 이용됐다. 사칭 직업은 군인이 32%로 가장 많았고 의사(15%), 승무원(2%), 회사원(2%) 등이 뒤를 이었다.


남자와 여자를 혼합해 사기를 친 경우도 25%나 됐다.


박 교수는 "가해자들은 실제 성별과 상관없이 만들어 낸 프로필의 성별을 피해자에 맞춰 던지는 방식으로 성별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범죄 피해 규모는 최소 2만원에서 최대 13억 8000만원에 이르렀다. '2억원 이상'(21%)과 '5천만원 이상 1억원 미만'(21%) 피해가 가장 많았고 '10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16%),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15%) 등이 뒤를 이었다. 평균 피해액은 1억원 수준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사기를 쳐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피고인 전부 징역형을 선고받았는데 평균 형량은 2년으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8년까지 선고됐다. 그 중 집행유예가 선고된 사건은 8%에 그쳤다.


박 교수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다른 사기 사건보다 피해자가 특히 숨게 되는 범죄로 신고에 의해 범죄의 실체를 밝힐 수 있다"며 "피해자들의 신고를 끌어낼 수 있는 사회적 장치와 보이스피싱 범죄와 같은 맥락의 사회적 예방 작용이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 재혼 상대로 알려진 뒤 수십억대 투자사기 혐의가 드러나 구속기소된 전청조(27)씨는 즉석 만남 앱에서 '결혼을 원하는 부유한 20대 여성' 행세를 하며 교제를 빙자해 임신과 결혼 비용 명목으로 돈을 뜯는가 하면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남성 행세를 하며 사기를 친 사실이 드러났다.

이지희 기자 (ljh4749@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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