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민주당 주도 '쌍특검' 처리 예고돼
여야 극한 대치로 준예산 우려도 고개
민주당 "최악의 경우 대비 수정안 준비"
지난해에도 12월 24일 예산안 지각 처리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법정 처리시한을 넘긴 데 이어 여야 이견이 첨예한 '쌍특검'까지 맞물리면서 정국이 얼어붙고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여야 정쟁 중단 호소도 무색한 모습이다. 물리적으로 정기국회 내(12월 9일)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헌정사 최초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예산안 처리 불발에 '네 탓 공방'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별검사, 국정조사 등 릴레이 극한 정쟁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여당이 민생법안 처리 발목을 잡았다는 주장이다.
여야는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해 주요 민생법안 협상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양당 이견이 워낙 커 협상 물꼬가 원활히 트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민주당이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과 고(故) 채상병 순직 사건 등 국정조사 계획안 단독 처리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라, 꽉 막힌 정국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검사) 탄핵 국회로 12월 첫날을 연 민주당이 12월 전체를 극한 정쟁의 달로 만들 생각"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극한 정쟁을 유발해 정치적 이득을 얻겠다는 목적 밖에 없다. 충분한 법적 정당성 없이 정쟁을 야기할 목적밖에 없는 특검과 국정조사에 결코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정부 예산안에 대한 부분적인 수정은 가능하지만, 민주당처럼 정부 예산안에 대한 대규모 수정을 요구하는 것은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예산마저 탄핵하겠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에 대해 2개의 수정안을 준비해 놓았다고 하며 감액과 증액이 다 포함돼 있는 수정안과 감액 예산안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의 증액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감액안만 가지고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서 새 회계연도가 개시되는 1월 1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의 '준예산' 사태 우려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은 준예산 가능성을 일축하며 자체 수정안을 만들어, 경우에 따라 강행 처리를 시사한 상태다. 민주당은 지난해에도 정부 원안 대비 감액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은 단독 처리 직전까지 갔다가 막판에 여야 합의가 되며 철회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일 최고위원회에서 "들리는 말에 의하면 지난해에도 그랬던 것처럼 '합의가 안 되면 원안을 표결하고, 부결되면 준예산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면 나라 살림이 엉망 되고 국민들이 고통받으면 야당 책임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원내대표단에서 가능한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까 정부·여당이 기대하는 것처럼 협의가 안 되면 원안 표결해서 원안대로 되거나, 아니면 준예산 사태가 올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버리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전날 MBC라디오에서 "(예산안 처리 시점은) 정기국회는 절대로 넘길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쌍특검법과 국정조사 안건을 오는 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국민의힘이 반발하면 회기 내에 예산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그러면서도 홍 원내대표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2개의 수정안을 준비해 놓았다"고 밝혔다. 이어 "감액과 증액이 다 포함된 것과 '삭감 예산안'을 갖고 있다"면서 "증액은 정부 동의가 있어야 가능하니, 감액안만 가지고 통과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여야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 내 소위원회(소소위)를 열고 예산안 비공개 심사를 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지난달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예산안은 이달 1일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정국 상황의 악재뿐 아니라, 소소위에서도 연구·개발(R&D) 예산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새만금 사업 관련 등 쟁점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정치권에는 이번에 쌍특검·국정조사 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예산안 '지각 처리' 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는 부정적 기류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여야 갈등으로 인해 12월 24일에야 예산안이 가까스로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