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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불출마 시사…사퇴 요구에 '묵묵부답' 김기현 어찌 되나 [정국 기상대]


입력 2023.12.12 00:00 수정 2023.12.12 00:0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득권 내려놓고 사즉생 각오로"

구체적인 혁신 방법·시기 언급 없어

'김기현 사퇴론' 나오자 수호 움직임도

일각 "대표만 안타깝고 동료 안 보이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 핵심 장제원 의원이 "잠시 멈추려 한다"며 총선 불출마를 시사했다. 장 의원의 전격적인 총선 불출마 시사에 당내 시선은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이른바 '김장(김기현·장제원) 연대'를 통해 당권을 거머쥐었던 김기현 대표에게로 향하는 분위기다.


장제원 의원은 11일 오후 페이스북에 "아버지 산소를 찾았다"며 선친 장성만 전 국회부의장의 묘소를 찾은 사진을 올렸다. 장성만 전 부의장은 부산 북구에서 11~12대 재선 의원을 지냈으며, 당시 북구는 1995년 행정구역 분리 이전의 사상구(장제원 의원의 현 지역구)를 포함하고 있었다.


장 의원은 "아버지의 눈물의 기도가 내가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는 힘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며 "보고 싶은 아버지! 이제 잠시 멈추려 한다"고 토로했다. 장 의원은 이 글에서 부친의 묘비명도 함께 올렸는데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라고 쓰인 묘비명도 의미심장하다는 관측이다.


이날 장 의원이 전격적으로 총선 불출마를 시사하면서, 그간 줄곧 '희생' 압박에 직면했던 김기현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 및 총선 거취가 더욱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게 됐다.


일단 김기현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며 혁신위원회의 2~6호 혁신안을 종합 보고 받았지만, 외견상으로는 특별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친윤·중진·지도부 불출마 또는 험지출마'가 담긴 6호 혁신안에 대해서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


이날 오후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김기현 대표는 먼저 "인요한 위원장을 포함해 열정적으로 임해주신 혁신위원 한 분 한 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일부 현실 정치에 그대로 적용시키기에 까다로운 의제도 있으나 그 방향성과 본질적 취지에는 적극 공감한다"고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특히 "나를 비롯한 우리 당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와 민생과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해나갈 것"이라며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드려야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이나 결단의 시기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김 대표는 "당헌·당규에 따라 구성될 예정인 공천관리위를 포함한 당의 여러 공식 기구에서 질서 있게 반영되고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으나, 이는 기존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실제 비공개 최고위에서 김병민 최고위원이 청년 공천과 공개 오디션 중 일부 안건에 대해 단순 전달이 아닌 최고위의 의견을 많이 담아줄 것을 요청한 것 외에 혁신안 관련 깊이 있는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6호 혁신안을 수용하겠다는 의미인지 분명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날 회의를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적당한 때가 되면 질서 있게, 스탭 바이 스탭으로 반영하고 실천하겠다는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당 안팎에서 분출하고 있는 자진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꺼내지 않았다. 대신 김 대표 주변에서 "지도부를 흔들지 말라"며 물러날 뜻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서 김석기 최고위원은 "당대표가 물러나는 순간 우리 당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했고, 김가람 최고위원은 "본인들은 솔선수범하지 않으면서 대안 없이 당 대표를 내치자는 것에 어떤 희생과 전략이 있느냐"고 질타했다.


일부 초선의원들이 국민의힘 전체 의원이 참여하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한 중진의원을 향해 날을 세우는 일도 있었다. 일례로 강민국 의원은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까지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 아니겠느냐"고 적었고, 최춘식 의원은 "자살 특공대가 불난 집에 부채질로 끊임없이 지도부를 흔든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수도권 지역 인사들을 중심으로 반발도 만만치 않다. 서울 광진갑이 지역구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정말 어렵고 힘든 수도권에서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간절한 마음으로 뛰는 정치인들에게 우리 당 지도부가 희망이 되지는 못할망정 절망과 원망의 대상이 되어서야 되겠느냐"며 "혁신위가 외친 변화와 쇄신의 바톤은 우리 당의 뜻있는 수많은 당원들이 이어받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영 국민의힘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도부 흔들지 말라면서 단결을 외치는데 지금 단일대오로 당이 망해가고 있다"며 "나한테 공천 줄 지도부는 안타깝고, 수도권 험지에서 죽어나가는 동료·후배들은 보이지 않느냐"고 성토했다.


서울 지역의 한 원외 당협위원장은 "김 대표가 때가 되면 질서 있게 혁신안을 수용한다고 하는데, 서울·수도권은 지금 당장이라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터닝포인트가 필요하다"며 "대안은 대표가 물러난 뒤에 만들어지는 것이고 당헌·당규도 이를 감안해 비상절차가 마련돼 있다. 대안이 없어서 사퇴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대표직에 대한 미련만 드러내는 것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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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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