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MVP’ 이정후(25)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포스트 존 헤이먼, 디애슬레틱 켄 조젠탈 등 미국 현지 매체 칼럼니스트들은 13일(한국시각) SNS를 통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14억원)에 입단 합의했다. 계약 조건에는 4년 후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4년 뒤 옵트아웃 조항이 발동되면 FA 선언도 가능하다. 이정후로서는 액수나 기간, 추가 조항 등 모두 유리한 조건이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KBO리그 타격 5관왕(타율·최다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 오르며 데뷔 첫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올 시즌은 부상 탓에 86경기(타율 0.318 6홈런 45타점) 출전에 그쳤지만, 이정후를 향한 MLB 구단들의 관심은 식지 않았다.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첫 도전에서 총액 1억 달러를 돌파하며 MLB 진출의 꿈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정후나 샌프란시스코 측의 공식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공신력 있는 현지언론과 이정후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 측 상황에 밝은 관계자들의 전언이라 신뢰도가 높다. SNS를 통해 알려진 내용이 사실이라면, 원 소속구단 키움은 포스팅 비용으로 약 1880만 달러(약 247억원)를 챙긴다.
1억 달러 규모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ESPN 등이 예상했던 이정후의 계약 규모는 5000만 달러 수준이었다. 가장 큰 수치를 내놓았던 CBS 스포츠도 6년 9000만 달러였다.
KBO리그에서 MLB로 진출한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신인 계약이다.
지난 2012년 류현진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한화 이글스에서 LA 다저스로 이적할 때 6년 3600만 달러, 키움 히어로즈 선배인 김하성의 4년 2800만 달러 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전체로 따져도 추신수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맺은 7년 1억 3000만 달러(1706억원)에 이은 두 번째로 큰 총액이다. 총액 규모만 놓고 보면 지난해 빅리그에 진출한 일본의 외야수 요시다 마사타카(30·보스턴 레드삭스)의 5년 9000만 달러도 넘어선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정후의 차기 행선지로 자주 언급됐던 팀이다. 피트 푸틸라 단장은 고척 스카이돔을 직접 찾아 이정후의 정규시즌 최종전 마지막 타석을 직관한 뒤 박수를 보냈다. 뉴욕 양키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몇몇 구단들이 고척 스카이돔을 찾았지만, 단장이 직접 날아온 것은 샌프란시스코가 유일하다. 그만큼 이정후에 진심이었던 팀이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에 이어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 그리고 이정후까지 NL 서부지구에 합류한다면 국내 야구팬들은 이들의 맞대결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수술 여파로 인해 2024시즌에는 오타니가 마운드에 설 수 없지만, 한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야구 스타들이 나란히 빅리그 무대에서 경기를 펼친다는 것은 큰 기대를 모은다.
오타니의 LA 다저스는 매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춘 최강팀이고, 김하성의 샌디에이고는 지난 시즌 NL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진출한 팀이다. 이정후가 향하는 샌프란시스코 역시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릴 수 있는 명문팀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8회, 내셔널리그 23회 우승을 이룬 명문 구단으로 ‘짝수해 우승(2010, 2012, 2014년)’ 전통을 만들기도 했다.
NL 서부지구에서 강한 팀들의 유니폼을 입고 MLB 야구장에서 펼칠 이들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야구팬들에게 큰 설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