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체계 개선하며
생산기지 역할 가능성
병력 파견해 부족한
실전 경험까지 채우나
노골적 핵공격 위협을 거듭하며 군사 역량을 강화해 온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무기체계 강화는 물론, 현대전 경험까지 쌓을 수 있을 거란 관측이다.
이철 평화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3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가 주관한 웨비나에서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핵보유와 핵사용에 대한 의지를 가다듬고 있다고 본다"며 "단기적으로는 '핵무력 완성'을 더욱 고도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재래식 무기의 발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탐지 범위 1000㎞ 이상의 방공 레이더 △S-400 지대공미사일 등을 공급받길 원했다며 "전투기를 확보할 수 없는 북한으로선 요격체계가 가장 절실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간 러시아는 북한의 남침 가능성을 우려해 '현대적 무기' 제공을 꺼렸다는 게 이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현영철 당시 인민무력부장은 "러시아를 방문해 무기를 공급받으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내부에서 문제가 생겨 숙청"된 바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5월 극초음속미사일 발사 성공 이후, 우방국에 대한 첨단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북한이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러시아가 우수한 무기들을 우방국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다른 지원을 받으려는 국면을 북한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5세대 전투기, 잠수함 등 각종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무기 제작용 군사장비나 생산용 설비들도 얻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특히 각종 설비와 함께 특수강제·금속첨가제 등 '주요 원료'를 러시아로부터 제공받아 전반적인 산업 역량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군수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국방경제사업'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6·25 전쟁 당시 일본이 미국의 무기 주문을 받으며 재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 않았느냐"며 "북한도 기회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북한이 러시아를 등에 업고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전쟁에서 북한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현대전 숙달"이라며 "북한은 베트남 전쟁과 중동 전쟁 이후 현대전에 참가해 본 지휘관과 병사들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군의 '취약점'을 해소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거 체첸 전쟁 당시, 러시아에 진출해 있던 북한 노동자들이 전장에 투입된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가들의 지속적인 우크라이나 지원 여파로 러시아가 수세에 몰릴 경우, 엄청난 인센티브를 북한에 제시하며 군 파견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군인들이 근로자 형식으로 (러시아에) 진출해 현지에서 군복과 무기를 공급받아 전쟁에 참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등 서방의 지원이 약화될 경우 "북한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가 단독으로 전장을 관리할 수 있다면 북한 역할이 크지 않을 거란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