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익숙함 속 변화’ 전략에 속도
인지도 높은 제품 앞세워 인기 견인
기존 제품 편승 ‘무리수’ 라는 비판도
식품업계가 인기 스테디셀러 브랜드에 새로움을 더하는 ‘익숙함 속 변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구미를 당기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단기적으로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재미를 준다는 점에서 장점이 크지만, 기존 제품에 편승해 ‘무리수’를 두거나 ‘오남용’을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 9일 농심은 먹태깡의 인기를 이어갈 후속 제품을 선보였다. 먹태맛을 접목한 용기면 신제품 ‘먹태깡큰사발면’과 스낵 신제품 ‘포테토칩 먹태청양마요맛’을 출시했다. 먹태깡의 맛을 재현한 후속제품을 통해 인기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2023년 식품업계 최고의 히트제품으로 꼽힌 ‘먹태깡’ 고유의 감칠맛과 짭짤하고 알싸한 맛을 용기면과 감자칩에 응용한 제품이다. 기존 제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먹태깡의 매력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작년 많은 사랑을 받은 먹태깡의 맛을 활용한 용기면과 감자칩 신제품을 출시한다”며 “앞으로도 인기 브랜드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익숙함, 익숙한 새로움을 느끼는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농심뿐 아니라 식품업계 대부분 신제품을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제품에 ‘트렌드’를 입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불황기엔 신제품을 덜 내고 ‘실패 없는 아는 맛’에 집중하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다. 수십 년간 시장을 휘어잡은 ‘장수’ 상품을 앞세워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일례로 오리온은 1984년도에 출시한 장수과자 ‘왕고래밥’ 교자맛을 출시했다. 고소하고 담백한 고기만두를 연상시키는 교자맛 시즈닝을 더해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또 1994년도에 선보인 스윙칩 제품 역시 최근 동남아 느낌의 고수 향을 더해 내놓기도 했다.
파생 상품을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시선은 달갑지만은 않은 모양새다. 파생 제품들이 늘어남으로써 시장 규모가 커지고 소비자 선택지 역시 크게 늘어나는 효과가 있긴 하지만, 무분별한 제품이 시장에 빠르게 나왔다 사라지는 것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다.
제품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지적도 많다. 최근 농심 ‘먹태라면’ 출시를 놓고 누리꾼들은 “갈수록 요란해지네”, “박수칠 때 그만해라”, “일절만 하자”, “기존 라면이나 잘 만들어라”, “희소전략으로 기만”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제과업계의 장수브랜드 의존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인기상품을 활용할 경우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하는 동시에 스테디셀러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증받은 제품을 통해 기존 단골 소비자를 붙잡는 것은 물론, 신규 고객 유입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제품 대비 마케팅 비용 절감 및 매출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오래된 제품에 대한 신뢰 및 인지도와 새로운 맛에 대한 호기심이 흥행으로까지 이어질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통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다양한 카테고리로 컬래버레이션 품목을 확대하면 연계 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동일 시리즈에 속하는 상품들의 수요가 덩달아 늘어나는 연쇄효과도 크다. 아무리 꾸준하게 팔리는 스테디셀러라도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하면 인기를 계속 누릴 수 없다.
SNS를 통한 ‘인증샷 문화’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라면 누구나 구입할 수 있지만 품절대란 현상으로 쉽게 구매하지 못하는 제품을 구매해 찍어올리면서 스스로 만족을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소비자는 익숙한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짙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 번 대박친 상품을 활용해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들 경우 주목도가 향상하고 자연스레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하나의 제품에 만족을 한 소비자가 다른 연관 상품에도 구입 이전부터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구매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에도 너무 많은 신제품이 쏟아지기 때문에 제조사 입장에서는 한 번이라도 먹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연계상품이 나왔을 때는 호기심을 가지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에 최적화 돼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박친 상품을 활용해 또 다른 상품을 만들어낼 경우 매출 견인에는 효과적이지만, 인기가 사그러지는 순간 순식간에 자취를 감출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의존은 금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품의 성장 등도 뒷받침 돼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히트 상품의 콘셉트를 따라 하면 연구·개발(R&D) 등 신제품 개발 대비 비용이 적게 들고 이미 검증된 시장을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매출과 수익을 손쉽게 올릴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업체로서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기업들은 파생제품을 만들 때 재미보다는 트렌드를 입히더라도 성장을 기반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반짝하고 사라지지 않도록 파생제품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해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