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20년 독일 정치인과 나눈 대화 공개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러시아 침공’을 거론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촉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유세 도중 나토 회원국들에게 "돈을 내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하자 회원국이 대거 몰려있는 유럽에 비상이 걸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재임 시절 나토 회원국 지도자와 만난 일화를 소개하며 “그가 내게 '(나토에)방위비를 안내도 보호해줄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그에게 '보호해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오히려 나는 그때 ‘러시아가 침공을 원한다면, 원하는 대로 하라고 독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누구와 대화한지 밝히지 않았지만, 티에리 브르통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은 그의 발언을 듣고 “독일 출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2020년에 나눈 대화다”고 말했다.
나토 31개 회원국은 회원국 중 한 곳이 공격받으면 나머지 회원국들이 군사력을 결집해 공동 반격에 나서는 집단안보 등을 공약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들이 이런 혜택을 받으면서도 책임감 있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고 여러번 성토한 바 있다.
그가 말하는 책임감은 적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이다. 미국은 그동안 나토 방위비의 상당 부분을 부담해왔다. 2017년 기준 나토 국방비 지출의 71.7%를 미국이 부담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거센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발언을 두고 나토 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뿐 아니라 안보 동맹도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성명을 통해 “동맹이 서로 방어하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은 미국을 포함해 나토 회원국 모두의 안보를 훼손하고 우리의 군대를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