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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최민식 “말랑말랑 오컬트? 배신자? 장 감독 믿었다” [홍종선의 연예단상㊷]


입력 2024.02.28 14:01 수정 2024.02.28 14:01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배우 최민식 ⓒ이하 ㈜쇼박스 제공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작성자 tlfq****)

“사무라이 형님 등장하시기 전까진 재미있었음.” (작성자 kang****)


같은 굴을 두고 호불호가 갈린다. 갈리는 지점도 거의 같다. 어떤 이는 향이 좋아 굴을 더 좋아하고, 다른 이는 그 향을 불편해한다.


영화 ‘파묘’(감독 장재현, 제작 ㈜쇼박스·㈜파인타운 프로덕션, 공동제작 ㈜엠씨엠씨, 제공·배급 ㈜쇼박스)에 대한 관객들의 평을 살펴봐도 그렇다. 누구는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니라, ‘영혼의 한·일전’이라 할 메시지가 있어 좋아하고. 또 누구는 오컬트영화(초자연적 사건이나 악령, 악마 등을 주 소재로 다룬 영화)가 왜 삼천포로 빠져 장르영화로서의 특성을 희석해 대중영화로 갔느냐고 볼멘소리한다.


누구의 시선이 맞고 누구의 평가가 틀린 건 없다. 굴에 대한 호불호처럼 각자의 취향이다.


영화 ‘파묘’ 시사회 뒤 기자들 간에도 호불호가 갈렸다. 후배 기자가 물었다, ‘파묘’ 어땠어요? 솔직히 답했다. “영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를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영화라는 측면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이다. 개인적으로 후반부의 ‘말뚝 설정’을 반기지는 않지만, 그 결과 작품의 매무새가 엉성하고 배우와 스태프의 노력을 헛되이 했다면 비판하겠지만. 미덕과 해악 중 미덕이 큰 쪽으로, 좋은 쪽의 선 안으로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내 예측이나 기대와 달랐다고 해서 혹평할 수는 없잖은가. 전작들과 다르게 가려는 도전을 나쁘게만 볼 수도 없고, 감독이라는 대중예술가의 특성상 더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은 건 본능에 가까운 선택이다”.


땅을 연구하고 땅을 파먹고 살아온 풍수사 김상덕 역의 배우 최민식 ⓒ

개봉 당일이던 지난 22일 서울 삼청로 카페에서 진행된 주연 배우 최민식의 라운드 인터뷰에서도 영화 ‘파묘’의 선택에 관한 질문이 제기됐다.


“전작 둘에 비해 말랑말랑하다, 호불호 있는 거 알지요. 장 감독 배신자, 너 컬트 맞아? 하실 수 있죠. 중요한 건 무슨 이야기를 건넬 것인가 이고, 특정 층만이 좋아하는 영화가 아니라 더 많은 이에게 다가가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장재현 감독의 진심을 저도 받아들였다는 겁니다.”


“전작들 보고 주제 의식도 좋고 경력에 비해 완성도도 좋아서 만나서 얘기라도 나눠보고 싶었어요. 인간적으로 매력적이더라고요, 독실한 기독교인이고 집사인데 아는 목사보다 무속인이 더 많대요(웃음). ‘파묘’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오니(일본 무사)를 목검으로 절단한다…, 음, 좀…, 했는데. (장 감독에 말하듯, 전작들과 달리) 변주 주고 싶어? 그래 해봐라. 너무 철학적으로 가면 피로해지고, 너무 ‘귀신 놀이’로 가면 너무 가볍고, 그 밸런스 유지한다면 해봐라.”


“막냇동생 같아요, 뭐든 다해 주고 싶었어요. 생긴 것도 ‘낮 도깨비’같이 생겨 가지고, 그래 너 한 번 원 없이 해봐라! 아무 생각 없고 삐걱거리는데 그랬겠습니까. 든든하고 똘똘하게 잘 짚어 나가며 진도 나가니까, 그래 한 번 해봐! 하는 마음이 들더라고요.”


시선이 깊은 풍수사 김상덕, 배우 42년 차 최민식 ⓒ

오니 등장의 필연성에 대해서, 배우 최민식은 감독 장재현을 위한 변호사가 되어 열띠게 말했다.


“장(재현) 감독 나름의 가치관이 녹아 있는 거예요. 사석에서, 술자리에서 들은 이야긴데, 그런 생각이 좋았어요. 뭐냐면, 우리 땅에 트라우마가 있다! 풍수학적 측면에서, 사람 몸에 경락이나 혈 자리 있듯이 땅에도 혈 자리가 있다고 보는 사고가 있는데. (일제가) 그걸 훼손했는데, 그걸 제거하고 우리 땅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 너 기독교 믿는다며

그런 걸 믿는 거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데 편협되지 않고, 소재만 가져오지만 않고 종교에 대해 열린 사고가 좋았습니다.”


“생각만 좋은 게 아니에요. 현장에서도 믿음을 줬어요. 장재현 감독, 용의주도함과 집요함은 기본이고 엄청나게 취재하고 준비를 많이 하더라고요. 사실, 준비를 많이 한다, 내세울 만한 게 아니라 기본이잖아요. 아,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구나! 현장 디렉팅이 아주 디테일했어요. 차근차근 빌드업(최종 목표를 향해 나가는 축적과 발전, 성장) 해나가는 모습, 현장에서 지시하는 모습 보며 믿음이 갔어요. 경력에 비해 완성도가 높다, 작품 완성도뿐 아니라 감독으로서 연출가로서 그 마인드를 행동으로 옮기는 게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쉬운 일 아니거든요.”


배우 최민식의 입장으로 생각해 보면, 두 전작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 반해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에 출연하기로 했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받아보니 전작들과는 ‘결’이 좀 달랐다. 그의 표현으로 말랑말랑, 특정 선호 층을 목표로 한 컬트영화에서 좀 더 대중적으로 나아간 위치에 자리를 잡은 ‘파묘’였다. 한참 선배 영화인인 최민식은 물음표가 마음속에 일었으나 막냇동생 같은 장재현 감독의 태도, 기본기에 충실한 면모를 믿고 그대로 따랐다. 그리고 모든 평가는 관객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제 오늘 개봉해서 관객분들이 봐주시잖아요. 관객분을 지향점으로 해서 만든 영화니까 진짜 평가는 관객분들께서 내려 주시리라 생각합니다. 어후, 떨리네요.”


장의사 영근 역의 배우 유해진, 풍수사 상덕 역의 배우 최민식, 무속인 화림 역의 배우 김고은, 장재현 감독, 묘 이장 의뢰인 박지용 역의 배우 김재철이 300만 돌파를 기뻐하고 있다. ‘진짜 평가’ 관객들의 사랑을 확인한 최민식의 표정이 유달리 환하다. ⓒ

관객의 평가는 개봉 4일 만에 200만 명을 돌파하고, 28일 오전 300만 명을 넘어서며 ‘호조’의 결과를 보이는 중이다. 결코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장재현 감독의 스탠스(stance, 견지하는 위치)가 컬트무비에서 대중영화로 평행 이동한 것을 감안하면 의미 있는 평가 잣대다.


장재현 감독에 대해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최민식은 자신이 맡은 풍수사 김상덕에 대해서는 간결하게 표현했다. 모든 게 머릿속, 마음속에 정리돼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속물이지만 타협하지 않는, 땅을 연구하고 땅을 토대로 살아온 사람으로 생각했어요. 몇 달간 책 읽는다고 40년 땅을 파먹고 산 사람이 될 수 있겠어요. 그래도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터의 모양새, 질감, 형태 등을 연구한 사람이다. 발복할 수 있는 자리를 알아보고 흉지를 피하게 하는 사람이다, 정도를 기본으로 생각했죠. 시선이 깊어야겠다, 이 사람은 산에 올라가도 ‘야호’하듯이 산을 바라보지 않고 풀 한 포기 보는 게 다른 사람이다, 그런 태도를 상덕이란 인물의 큰 줄기로 잡고 갔어요.”


한국영화 살리는 우리는 묘벤져스! ⓒ

함께한 후배 배우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에 대해서는 대중의 표현법을 빌려 ‘묘벤져스’라고 칭하며 또 칭찬했다.


“소위 말해서 저랑 해진이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된다 하게, 고은이랑 도현 배우가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렇다고 상덕을 휘뚜루마뚜루 했다는 게 아니라 ‘벽돌’이 되자는 마음이었어요. ‘묘벤저스’의 튀어나온 벽돌이 되지 말자, 잘 마감된 벽돌, 단단한 벽이 되자.”


“상덕과 영근(유해진 분)은 수십 년을 같이 일해온 관계예요. 화림이(김고은 분)가 물어다 준 거 아니에요, 일거리를. 옆에 봉길이(이도현 분)가 든든히 받치고. 이 넷은 협업 관계, 비즈니스 관계란 말이죠. 화림과 봉길의 경력은 상덕과 영근에 비하면 쨉(jab, 맞수)도 되지 않지만, ‘신빨’이 좋아 동업 관계인 거죠, n분의 1로 나누는. 오랜 협업 관계에서 오는 친근함이 중요한데, 그게 흉내 낸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관객들이 다 알아차리세요.”


“처음 만나서 밥 먹고 술 하며, ‘아, 이게 되겠구나!’ 싶더라고요. 넷이 다 푼수예요(웃음), 술 좋아하고. 해진이랑 고은이는 처음 (함께 작업)하지만 작품에서 많이 봤잖아요, 도현이라는 젊은이는 낯선데 마치 옛날부터 함께해온 것 같은 느낌이었고요. 처음부터 느낌이, 합이 이렇다, (영화)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거거든요. 아주 기분 좋은 작업이었습니다.”


실제로 ‘묘벤져스’ 4인은 영화 ‘파묘’에서 가족처럼 보인다. 네 사람이 처음 장의사 영근의 사무실에서 만날 때, 마치 각자 떨어져 일하다 명절이 되어 한 집에 모이는 것처럼 따스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영화 마지막, 상덕의 딸 결혼식에서는 삼촌들이나 고모처럼 보인다. ‘가족 같은 합’이 일을 내고 있다. 영화 ‘서울의 봄’보다 빠르다는 흥행 속도, 어디까지 전진할지 궁금하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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