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취득 목적 속여 농지 116㎡ 매입…1심, 징역 10개월 집유 2년→2심, 벌금 3000만원
법조계 "공무원, 집유 이상 선고받으면 퇴직연금 절반으로 깍여 징역형 가혹하다 판단한 듯"
"매입한 농지 규모 경미하다고 생각했을 수도…검찰 상고해도 대법서 형량 늘어날 가능성 희박"
"장관급 표창 받아놓고도 개인 사욕 위해 불법 투기?…가중처벌 하는 게 국민 법감정상 부합"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농지를 사들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50대 공무원이 2심에서 벌금형으로 감형받았다. 2심은 피고인이 30여년간 성실히 공무원 생활을 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 법조계에서는 공무원 직분으로 투기 목적 농지를 매입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며 징역형이 선고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장관급 표창까지 받은 공무원이 개인 사리사욕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 만큼 가중처벌하는 것이 국민 법 감정에 부합하다고 강조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항소4부(재판장 구창모)는 농지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55·여)에게 원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파기하고 벌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농지 취득 목적을 주말·체험영농으로 속여 취득자격증을 발급받는 수법으로 세종시 전의면의 농지 지분 약 116㎡를 매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세종시 소재 부동산컨설팅 업체로부터 "농지를 매입해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공무원 위치에 있으며 시세 차익 등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부정한 방법을 사용해 농지 취득 자격 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취득했고 죄책이 가볍지 않고 반성하는지 의문"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2심 재판부는 형량이 무겁다는 A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벌금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취득한 농지 면적이 비교적 넓지 않고 초범인 점, 30여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장관급 표창, 모범공무원상을 수상하는 등 성실히 업무를 수행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은 무거워 부당하다"고 밝혔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퇴직연금을 고려해 원심을 깨고 벌금형을 선고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공무원은 집행유예 이상의 선고를 받게 되면 퇴직 연금은 절반으로 삭감되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피고인은 30년간 근속하며 장관급 표창을 수상했을 정도로 공무원생활을 성실히 한 것으로 보인다. 2심 재판부는 징역형이 가혹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한 피고인 매입한 농지의 규모는 30평대(116㎡)로 크다고 보기 어렵다. 재판부는 재산범죄로 보기에는 경미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만약 검찰에서 상고를 하더라도 대법원에서 형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원심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 "피고인은 세종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시세차익을 얻을 목적으로 농지를 불법취득한 것이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 특히 청렴성과 윤리성이 강조되는 공무원 직분으로 이같은 행위를 했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피고인은 특히 1심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게 아닌 '체험영농에 사용할 목적이었다'라는 주장을 내놨다. 쾌심죄까지 추가해 징역형이 선고됐어야 마땅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장관급 표창, 모범공무원상까지 받은 사람이 개인 사리사욕을 위해 불법투기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오히려 가중처벌을 하는 것이 국민 법감정에 부합해 보인다"며 "징역형을 선고받고 당연퇴직돼야 마땅한 비위공무원이 직을 유지할 수 있게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아쉬운 판결이라고 생각된다"고 강조했다.
김예림 변호사(법무법인 심목)는 "1심은 피고인이 반성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꼬집어 다소 형량을 무겁게 정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등 반성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벌금형으로 감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피고인이 공무원으로서 30년간 성실히 일했다는 점을 양형 사유로 고려해주는 게 타당하지만,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다른 일반 시민과 차별을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