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공천취소로 국힘~새미래 양자대결 돌입
홍익표·김어준 등 '가장 나은 선택지' 강조
"민주당 지지자 비례 의석 위해서라도
투표장에 나와 김종민 후보 찍을 듯"
세종갑에 출마한 이영선 후보의 공천을 취소하며 의석 수 하나를 놓쳐버린 더불어민주당이 울며 겨자먹기로 새로운미래 공동대표인 김종민 후보에게 응원을 보내는 눈치다. 큰 범주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공통의 목표도 목표거니와 22대 국회에서의 원내 1당 달성과 국회의장의 향배 등 여러 고려해야할 변수가 있는 가운데, 김 후보에게 힘을 싣지 않으면 최대 상대인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심판론과 민주당 사당화에 대한 비판까지 두 가지 콘셉트를 밀고 나가려던 새미래는 갑자기 갈 곳을 잃은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끌어당겨야 하는 만큼 전략을 눈에 띄지 않게 변경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6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영선 세종갑 후보 공천 취소와 관련 "1석을 포기하면 실제로 2석의 효과가 있다"며 "치명적이지만 이것조차 국민께서 그 이상을 보상해 줄 거라고 믿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영선 세종갑 후보를 당에서 제명하고 공천 취소 결정을 내렸다. 당에 공천을 신청할 때 제출했던 재산현황과 상이한 재산이 선거관리위원회 재산등록 과정에서 드러나고,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전에 검증할 수 없게끔 해서 당의 공천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그 결과 민주당 텃밭으로, 이영선 후보의 무난한 승리가 예측됐던 세종갑은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김종민 새미래 후보 양자 대결 구도가 되면서 민주당 지지자 표가 갈 곳을 잃었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고민되는 지점은 김종민 후보의 뿌리는 민주당이지만 대표적인 '반명(反明·반이재명)' 인사라는 것이다. 김 후보는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며 올해 초 민주당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김 후보 지지 여부를 질문 받자 "개혁적 무소속 후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이라더니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된다는 점은 명확한데, 과연 그럴 수 있는 여지가 (김 후보에게) 있는지 당원들·국민들께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결국 김 후보에게 달렸다"라고 압박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 대표와 달리 더 확실하게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것보다 야당인 김종민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는 뜻을 밝혔다.
홍 원내대표는 BBS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민주당이 김종민 후보를 사실상 밀어주는 셈 아니냐는 의견에 "세종갑 유권자들께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우리가 김종민 후보를 민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그래도 가장 나은 선택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야권의 대주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유튜버 김어준 씨도 "(민주당 지지층이) 남은 후보 중 선택을 하거나 아예 투표를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인데, 투표를 안 하면 (민주당은) 비례대표가 날아가고 큰 손실이다. 그리고 당연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민주당 지지층의 이번 선거 의미는 정권 심판의 도구가 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라며 "결국은 김종민 후보 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새로운미래는 이번 선거를 '윤정권 심판'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한다며 민주당 측에서 김종민 후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셈법계산이 복잡해지고 있다. 위에서 '사인'을 준다고 해서 바닥 표심이 전부 김 후보에게 넘어올지 어떨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김종민 후보는 김어준 씨 유튜브 전화 출연을 통해 "(이 후보 공천 취소 이후)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큰 충격을 받으셨다"며 "내게 표를 달라고 말씀드리기 미안하다. 상황을 좀 추스르시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라며 혼란스러울 민주당 지지층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내가 민주당이 싫어서, 민주당 가치나 정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탈당)한 게 아니라 더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며 "(나와 이 전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뿌리도 같고 방향도 같으니 중간의 방법상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대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오영환 새미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도 채널A 라디오쇼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홍익표 원내대표의 김종민 후보 선택 발언과 관련 "여당 후보 당선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의 표현"이라며 "야권에서 정권 심판이라는 것은 결국 의석 수가 결정짓는 측면이 강한데, 민주 진영에 우호적이고 마음을 열고 계신 세종시에서 오히려 여당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가 발생하는 것은 민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새로운미래는 윤 정부 심판과 민주당 사당화 비판 두 가지 메세지에 집중하려 했지만, 세종갑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는 과제가 생긴 만큼 각 메시지의 볼륨을 재조정하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세종시는 워낙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이고 김종민 의원은 민주당 출신인데다 새로운미래가 제2의 민주당을 표방하고 나왔기 때문에 (이영선 전 후보 지지층들이) 김종민 후보로 이동하는 현상이 많긴 할 것"이라며 "민주당 지지를 철회하고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기로 한 진보성향 유권자들의 경우 투표장에 어쨌든 나온 김에 차선책으로 국민의힘 후보 대신 새미래 후보를 선택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 또한 "김종민 의원은 새로운미래를 차려 나갔지만 사실은 민주당 사람인 만큼 민주당 지지층 입장에서는 그 쪽으로 표를 찍어주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은 것"이라며 "'수박'이라고 비판하던 강성 지지자들도 일반적인 유권자 중 비율이 높지 않은데다 투표하지 않으면 비례대표 투표에서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김종민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