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백기 든 금융사…내주 홍콩ELS 제재 절차 착수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입력 2024.03.28 10:31  수정 2024.03.28 10:38

국민 포함 주요 은행 자율배상 가닥

분조위 전 사적화해, 과징금 감경 사유

검사의견서 발송 뒤 소명 절차 진행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 전경. ⓒ뉴시스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이 오는 29일 임시 이사회를 열어 자율 배상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주요 판매사인 5개 은행이 1분기 안으로 자율배상을 결정짓게 됐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분쟁조정위원회 전에 사적 화해방식을 택하는 것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과징금 및 제재 수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홍콩ELS 판매사들을 향해 자율배상을 하면 과징금 등 제재 감경 사유로 고려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홍콩ELS 손실 고객을 대상으로 자율배상을 추진하기로 가닥을 잡고, 오는 29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홍콩ELS 최다 판매사인 국민은행에은 판매된 계좌 8만개에 대해 지난 13일부터 전수조사를 진행해왔다. 전수 조사를 마무리하고 약 1조원 대의 배상 규모를 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한은행도 같은날 임시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자율배상을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27일 논의가 이뤄졌고, NH농협은행과 SC제일은행은 각각 28일 이사회에서 자율배상 여부를 확정한다.


홍콩ELS 판매가 400억원대로 가장 적은 우리은행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자율배상 결정을 발표했다. 자율배상 대상은 405여명, 금액은 415억원이다. 내달 12일 첫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되는 고객부터 배상금 지급에 나선다. 배상 비율은 금감원이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하면서 밝혔던 20~60% 범위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배임 논란'에도 자율배상을 받아들인 이유에는 금감원의 압박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은행입장에서는 이 원장이 과징금 감경을 강조해온 만큼, 시간을 끌어 과징금 리스크를 키우는 것보다 자율배상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에 따라 불완전 판매를 한 은행들은 전체 판매액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ELS 규모는 ▲국민은행 6조7500억원 ▲신한은행 2조3300억원 ▲농협은행 1조8000억원 ▲하나은행 1조4000억원 등이다. 은행별 배상 규모만 2000억원대에서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제재 수위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금감원은 홍콩ELS 검사 결과 판매사들이 불완전 판매를 조장하고, 리스크 관리를 소홀이 한 점이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근거해 내부 통제 미흡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임원은 물론 최고경영자(CEO) 제재까지도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ELS 등 고난도 상품의 판매를 결정하는 각 은행 비예금상품위원회에는 소비자보호 담당임원(CCO), 리스크관리 담당임원(CRO), 준법감시인 등 최소 3명 이상의 C레벨 경영진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금감원으로부터 이번 홍콩ELS 사태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금감원은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주요 은행 CEO에 '문책 경고'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CEO는 연임은 물론 금융권 취업까지 제한된다.


단 금소법 이후 은행들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만큼, 과거처럼 은행 전반적인 내부통제 미흡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CEO 제재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다음주 홍콩ELS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가 적발된 금융사를 상대로 검사 의견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이후 소명 절차를 거쳐 조만간 제재 조치를 확정짓는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홍콩ELS 검사를 마무리 지었으니, 분조위 절차와 별개로 판매사들의 과징금 및 제재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