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넷플릭스 공개
연상호 감독이 ‘기생수: 더 그레이’에 공감 가는 서사, 볼거리, ‘공생’이라는 메시지 등 크리처물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고루 담아내며 어렵지 않게 ‘즐길만한’ 장르물을 만들어냈다.
5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로 삼아 세력을 확장하려는 기생생물들이 등장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전담팀 ‘더 그레이’의 작전이 시작되고, 이 가운데 기생생물과 공생하게 된 인간 수인(전소니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총 6회 중 3회까지 공개됐다.
이와아키 히토시의 만화 ‘기생수’가 원작으로, 이미 동명의 일본 영화가 제작돼 국내에서 사랑을 받기도 했었다. 다만 ‘기생수: 더 그레이’는 원작과 세계관을 공유하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내며 ‘한국적인’ 전개를 보여준다.
인간을 숙주로 삼는 기생생물을 다루고 있으며, 얼굴이 열리며 기괴한 모습을 드러내는 외양 또한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이어가지만, ‘기생생물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 나타난다면?’이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낸다. 또 몸 안에 자리한 기생생물과의 소통이 가능했던 원작과는 달리, ‘기생수: 더 그레이’의 수인은 기생생물 ‘하이디’와 몸을 공유할 뿐 실시간 소통은 할 수 없는 등 약간의 차별화를 통해 원작과는 다른 재미를 주기도 한다.
물론 ‘기생수’ 세계관을 전혀 모르는 시청자들도 어렵지 않게 ‘기생수: 더 그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미 다양한 크리처물이 국내 시청자들을 만난 상황이지만, 인간의 몸을 숙주로 삼는다는 ‘기생수: 더 그레이’만의 독특한 설정이 주는 재미가 있다. 사람의 얼굴과 기괴한 크리처의 모습을 오가는 순간을 포착하는 재미도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한 크리처를 향한 양가적인 감정이 때로는 뭉클함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기생수’의 세계관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또 수인의 과거사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서사에도 공을 들인다. 이에 ‘기생수: 더 그레이’의 초반은 다소 지루할 수 있지만, 수인과 수인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관계를 촘촘하게 쌓아나가며 공감의 발판을 마련한다.
그래서 ‘기생수: 더 그레이’는 ‘대중적’인 크리처물이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기생생물과 인간의 대결이 조성하는 긴장감부터 웃음과 감동이 적절하게 가미된 어렵지 않은 서사 등 크리처물이 줄 수 있는 여러 재미들이 고루 담긴 작품이기 때문이다.
‘개성’보다는 ‘안정성’에 방점이 찍힌 느낌이지만, ‘괴이’, ‘선산’, ‘정이’ 등 빈약한 서사로 시청자들을 실망시킨 연상호 감독이 ‘이번에는 반등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게 한다. 아직 남은 절반의 서사에서 그레이 팀과 기생생물들의 본격 대결이 얼마나 흥미 있게 그려질지가 관건이지만, 꽤 흥미롭게 세계관을 연 ‘기생수: 더 그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