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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서 거래처와 언쟁 중 돌연사…산업재해 인정된 까닭은? [디케의 눈물 216]


입력 2024.04.26 05:08 수정 2024.04.26 05:08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망인, 술자리서 거래처와 언쟁 중 급성 심근경색 돌연사…법원 "업무상 언쟁 등 인과관계"

법조계 "한국서 통용되는 '영업' 의미에 술자리도 포함…사고 직접적 원인도 사업 관련 언쟁"

"근로자에게 평소 기저질환 있다고 하더라도…업무 때문에 병세 악화됐다면 산업재해로 봐야"

"근로복지공단, 근로자 산업재해 기준 지나치게 엄격하게 판단…반드시 개선돼야"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사업 파트너와 술자리에서 업무상 언쟁을 벌이다가 갑자기 쓰러져 숨진 경우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근로자의 재해가 사업장 밖에서 발생했더라도 업무에 기인해 발생한 것이라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영업직의 특성상 업무 외 시간에도 사람과 접촉해야 하는 만큼 사업 파트너와의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선이고 사업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술자리에서 발생한 재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 7부(부장 이주영)는 사망한 모 회사 50대 영업이사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8월 사업 파트너들과의 술자리에서 자기 회사 제품 때문에 함께 진행 중인 사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쟁을 벌였다. 그러다 갑자기 A씨는 구토를 하며 쓰러졌고, 병원에 이송됐지만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이에 유족은 2020년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유족 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사유에 의한 사망이 아니다"며 거절했다. 근로계약서 상 A씨의 평균 근무 시간이 8시간에 불과해 과로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 유족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영업 업무는 그 특성상 일과 이후에도 식사 또는 술자리를 동반해 계속될 수 있어 과로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과로 및 스트레스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 데다 영업과 관련한 음주에 언쟁을 벌여 급격히 흥분해 급성 심근경색이 발병한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gettyimagesBank

황성현 변호사(법률사무소 확신)는 “한국에서 통용되는 '영업'의 의미에는 사업과 관련한 직접적인 미팅뿐만 아니라 업체간 우호적 관계를 도모하는 차원에서 발생하는 식사 및 술자리도 포함된다"며 "재판부가 고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라고 인정한 것 역시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내린 판단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가 술자리에서 발생하긴 했지만, 사업 관련 미팅이라는 건 분명하다"며 "또한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사업상 파트너와의 사업 관련 언쟁이이었다는 점이 확인되는 만큼 사고와의 관련성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우 노무사는 “고인이 사업장 밖에서 사망했더라도,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발생한 일인 만큼 업무상 재해로 보는 게 당연하다. 근로자의 재해가 업무에 기인해 발생했다면 산업재해로 봐야한다”며 “법원은 고인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충분히 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근로자에게 평소 기저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 때문에 더 악화가 됐다면 그 또한 산재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박 노무사는 또 “이번 사안에서도 그랬듯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한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 가능한 폭넓게 산업재해를 인정해 주는 게 필요하다”며 “산재보험기금은 매년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산업재해 보상을 누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근로복지공단이 산재 인정을 잘 해주지 않는 부분은 분명히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희란 변호사(법무법인 리더스)는 "재판부는 사건의 경위나 업무의 종류, 특성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 업무상재해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영업’이라는 직무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고 업무시간 외에도 사람과 접촉하는 경우가 잦은 만큼, 술자리 역시 업무의 일환이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업무상재해 관련 법률 규정이 있지만, 법이 업무상의 영역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업무의 범위를 강도나 산술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이번 판결은 법원이 ‘영업직’이라는 직군의 특성을 넓은 시각에서 판단한 것으로 노동자의 근로권을 충분히 보장한 의미 있는 판결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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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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