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층 지지 업었던 秋 대세론 뒤집혀
개딸들 "당원들 가슴에 비수 꽂을 수 있나"
'제2 이낙연' 지칭에 '사퇴 요구'도 줄이어
정청래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에 미안"
우원식 의원이 추미애(하남갑) 당선인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서 꺾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경선 직후 강성 당원·지지층들 사이에선 민주당을 '도로 수박당'이라고 규정하고, 탈당을 하겠다는 반발이 줄을 잇고 있다.
추 당선인은 '개혁의딸', 일명 개딸이라 불리는 강성 지지층은 물론 이재명 대표의 지지까지 얻은 것으로 알려지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상황이다. 선수 역시 추 당선인은 6선, 우 의원은 5선으로 우 의원이 더 낮았음에도 '최다선'이 선출되던 기존 관례를 깨뜨렸다.
추 당선인이 압도적 표차로 선출될 것이란 기존 예상을 깨는 결과가 나옴에 따라, 강성 지지층들 사이에서는 심지어 "탈당을 하고 조국혁신당으로 가겠다"는 불쾌감까지 표출되고 있다.
16일 국회의원 경선 경과 발표 후 민주당 당원 게시판 '블루웨이브'에는 국회의장 경선 결과와 관련한 항의글이 실시간 업데이트되는 중이다.
이들은 우 의원과 우 의원에게 지지표를 던진 의원들을 '수박'이라고 지칭하면서 "22대 국회의원들이 어떻게 당원들을 가슴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가! 분명히 '당심은 추미애 국회의장' 이었다" "우원식? 아직도 민주당 내 수박들이 이렇게 많은 건가" "탈당이 답이다" "또 수박짓 시작인가" "아직도 민주당에 잔존수박들이 많다는 증거"라는 글 등이 이어졌다.
우 의원이 국회의장으로 내정된지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 "제발 사퇴하라"는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이날 당선자총회에서는 22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사이에서도 축하의 환호성이나 큰 박수 소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선 결과 발표 직후 잠깐 동안 적막이 흐르는 등 '예상 외'라는 기류가 이어졌다.
'수박'은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을 향한 멸칭이다. 비명계 의원들은 지난 총선 정국에서 새로운미래·개혁신당으로 이탈하거나, 당에 잔류했어도 공천에서 배제 당하는 등 거의 소멸한 상황이다. 총선 압승 기세를 발판으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강화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는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선 '비명계로 낙인이 찍히면 죽는다'는 우려가 당내에 팽배해 있다.
특히 개딸들은 그간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들에게 문자 폭탄 등을 통한 실력 행사를 해왔다.
이날 '델리민주' 실시간 채팅창에도 결과 발표 직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우 의원의 당선 수락 소감 발표 때는 "당원들은 X같이 버려졌다" "당원들의 뜻과 반대로 가는 것인가" "민주당은 고쳐쓰지 못한다" "민주당이 버려질 결심을 한 것인가"라는 항의성 댓글이 폭주했다. 우 의원을 "제2의 이낙연"으로 지칭하는 메시지도 이어졌다.
이와 함께 "탈당하러 가야겠다" "나는 지금 탈당한다"는 등 '탈당'을 언급하는 채팅도 이어졌다. "나는 조국당으로 간다" "조국혁신당이 답" "조국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기자"는 등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의 표출도 포착됐다.
이와 관련 당의 강성 친명(친이재명)계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원이 주인인 정당,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상처받은 당원과 지지자들께 미안하다"고 기름을 부었다. 정 최고위원은 "당원과 지지자분들을 위로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전진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정권교체의 길로 가자"라고 적었다.
'대이변'으로 평가받는 이번 국회의장 경선 결과는 이재명 대표 일극체제에 대한 의원들의 반발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친명 박찬대 원내대표의 사실상 추대, 이어 추미애 당선인과 조정식 의원 간 국회의장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여기에 우 의원의 활발한 스킨십 행보도 더해져 변수가 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날 국회의장 경선에 앞서서는 민주당 출신 유인태 전 국회사무총장이 이재명 대표의 연임론 등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 대해 쓴소리를 가하기도 했다. 유인태 전 총장은 "한 사람을 거의 황제로 모시고 있는 당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유 전 총장은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다들 한 번 (당)대표를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연임론이 나오는) 저런 분위기에서 괜히 (말을) 했다가 또 개딸들한테 역적이 될까봐 다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그는 국회의장 경선 과정에서 '명심' 개입 논란이 발생했던 데 대해서도 "똑같은 상황이다. 도대체 왜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당대표가 개입하느냐"라며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