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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기회, 어리석은 선택 말라"…野, 채상병 특검 거부권 저지 총공세


입력 2024.05.21 00:10 수정 2024.05.21 01:05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야 7당, 용산 대통령실 앞 달려가 수용 압박

거부권 행사시 28일 재표결…與 이탈표 촉각

야권 대규모 장외투쟁 등 압박 수위 올리고

법안 폐기 땐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재추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해병대원 특검법 수용 촉구 범야권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야권이 '채상병 특검법(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저지를 위한 총공세에 나섰다. 국무회의를 하루 앞둔 20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야7당의 공동 기자회견은 야권의 대대적 투쟁의 신호탄으로 관측되고 있다.


야7당은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는 것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임을 명심하라"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들은 국민의힘 발(發) 이탈표를 끌어내기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쏟으면서, 21대 국회에서 법안이 폐기될 시에는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특검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의지도 재확인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국민의힘이 현재 정부에 이송된 특검법에 찬성할 수 없다는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여야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야권 주도로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 7일 정부로 이송됐다. 이송된 지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은 오는 22일까지는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야권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이 국회로 되돌아올 시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을 시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두 개 기관이 채상병 사건을 수사 중"이라며 "특검은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난 다음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되는 특별 사안에 대해 보충적·예외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지켜본 뒤에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 법은 특검 추천 절차에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는 법"이라며 "법안에 따르면 대한변협이 변호사를 4명 추천하면 민주당이 단독으로 2명을 골라서 대통령에게 추천하게 된다. 이렇게 특정 정당이 추천권을 독점하는 임명 방식으로는 특검의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라고 반발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민심을 받들겠다더니 국민 뜻의 거스르며 왜 반대로 가는지 납득이 안 된다"라고 맹폭을 가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초선 당선인들을 만나 '대통령 거부권을 협상 카드로 쓰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결국 이 말은 총선 민심을 받들 계획과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야당과의 전면전을 부추긴 것 아니겠느냐. 그와 다를 바 없다"라고 했다. 이어 "해병대원 특검법을 즉각 공포하고 이를 출발점으로 국정기조를 전면 전환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으로 달려가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여 투쟁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먼저 기자회견을 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대통령 거부권은 폭탄주 퍼마시듯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정부로 넘어온 채해병 특검법안을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상정하고 심의·의결해 공포하라"라고 촉구했다.


뒤이어 같은 자리에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허은아 개혁신당 대표·김찬훈 새로운미래 정책위의장·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윤종오 진보당 당선인·김준우 녹색정의당 대표가 야권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거부권 행사는 정권 몰락의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만약 이번에도 기어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국민이 나서서 대통령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다. 부디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말길 바란다.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라고 엄포를 놓았다.


민주당은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 국회본청 계단 앞에서 규탄대회를 열 예정이다. 본회의 직전 주말인 오는 25일에는 야권 및 시민단체가 함께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개최한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지난 5월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률안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통과된다. 21대 국회 기준 전체 의원 296명 중 구속 수감 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모두 본회의에 출석한다고 가정할 시, 채상병 특검법의 재의결을 위해서는 197석이 필요하다.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의석은 155석이다. 채상병 특검에 찬성하는 정의당(6석), 새로운미래(5석), 개혁신당(4석), 진보당(1석), 기본소득당(1석), 조국혁신당(1석) 및 자당 출신 무소속(김진표·박완주·윤미향·이상헌·이성만·이수진·전혜숙) 등의 의석을 다 더해도 180석가량이라 여당에서 나올 이탈표가 필요하다. 거부권 무력화 요건 충족을 위해선 국민의힘내 이탈표가 113명 중 최소 17명이 돼야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야권만으로도 과반 출석이 가능한 상황이라,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하는 전략도 선택할 수 없다. 최대한 자당 의원들이 많이 출석해 반대표를 던지는 방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선 지난 2일 본회의에서 김웅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던 만큼, 여당 내부는 21대 국회 폐원 전 채상병 특검법 폐기를 위한 표 단속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만 정치권에서는 21대 국회 상황에선 여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발생해도 17표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신 22대 국회로 가면 범야권 의석을 모두 합쳐 192석에 이르기 때문에, 여당에서 8석만 이탈해도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상황으로 급변하게 된다.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로써 22대 국회 내내 채상병 특검을 필두로한 이른바 '특검 정국'이 펼쳐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날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행사 시) 오는 28일 본회의 재의표결이 있는데, 민주당 당선인 및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SNS나 여러 방법을 통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공개 질의를 하는 방식으로 가결표를 찍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22대 개원 즉시 우리 당은 1호법안으로 해병대원 특검법을 다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채상병 특검 외에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이 행사됐던 또 다른 법안들을 22대 국회에서 재추진해 처리하겠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향후 양곡관리법 개정안·간호법 제정안·노란봉투법·방송3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김건희 여사 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을 둘러싸고도 여야가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칠 공산이 크다.


여야가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가운데 이것이 22대 국회 원(院) 구성에서 극심한 진통으로 나타날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이날 다시 만나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한 '2+2'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회의장을 원내1당이 가져가면 2당은 법사위원장을 맡았던 관행을 지켜야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도 관례상 여당이 맡아왔다. 채상병 특검과 관련 21대 국회 막바지 정국이 급랭하면서, 22대 국회 원구성 협상 역시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김은지 기자 (kimeunj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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