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시위 아닌 추경 '견제' 선택
송언석 "민생사업 반영 요구"
與, '매표 추경' 주장에 반발
"정부 결단을 정략적으로 비방"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중동 전쟁 대응 등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시정연설을 마친 후 본청을 나서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6조 2000억원 규모의 이른바 '전쟁 추가경정예산(추경)'에 대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며 편성 당위성을 부각했다. 중동 전쟁의 여파가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고유가 피해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야당은 "정쟁 핑계로 선거용 매표 추경을 합리화한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여당은 "민생 현장이 전쟁터"라고 맞서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 대통령은 2일 추경안 처리 협조를 당부하기 위해 국회를 찾았다. 시정연설에 나서기 위해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국민의힘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위기'를 28번 언급할 정도로 추경안이 시급하게 통과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중동 전쟁에 대해 "글로벌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침체하며 어렵사리 되살린 우리 경제 성장의 불씨가 사그라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총 26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에 대해 "국채를 발행하지 않는 '빚 없는 추경'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증시·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세수 25조 2000억원과 기금 자체 재원 1조원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추경안 안에는 △고유가 부담 완화(10조 1000억원) △민생 안정(2조 8000억원) △산업 피해 최소화와 공급망 안정(2조 6000억원) 등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중동 전쟁 위기로 꼭 필요한 곳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도 그 부담이 우리 국민과 경제에 전가되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중동발 전쟁 여파가 '소나기'가 아닌 '거대한 폭풍우'라고 언급하며 "이번 추경안은 위기의 파도로부터 국민의 삶을 지켜줄 방파제이자, 위기 이후 대한민국이 도약할 발판"이라면서 "국가적 위기 앞에 오직 나라를 위한 충정으로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자"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의원들은 일방적인 항의가 아닌 추경과 정부 방향성에 대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대한민국 국격을 지키는 일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뤄진 행보다.
송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추경은 제대로 된 사업, 민생 사업 위주로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이 대통령은 '충분히 심사해달라'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이 국회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지키는 길이라고 판단해서 오늘은 특별한 퍼포먼스를 벌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추경안이 가진 문제점에 대해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중동 전쟁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추경에 나선 것이 "선거용 매표"라고 의심하고 있다. 국제기구들이 스태그플레이션(경기 불황 속 물가 상승)을 경고하며 성장률 1%대로 낮춰 잡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는 1분기 초과 세수를 근거로 연말까지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추경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중동 사태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마친 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장동혁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 후 세금 핵폭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달콤한 마취제"라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취약계층부터 피해를 받게 될 것이며, 무능은 현금 살포로 덮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대한민국 경제 위기의 실상을 숨기고 전쟁을 핑계로 선거용 빚잔치를 벌이겠다고 노골적으로 선언한 것"이라면서 "빚 없는 추경이라지만 하반기 성장률 하락에 따른 세수 결손 우려는 고려하지 않았다. 현재 단계에서 세수가 초과됐다는 것만을 기준으로 현금살포성 (사업을) 집행하면 하반기 경제에 매우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마련해 소득 하위 70%(약 3600만명)를 대상으로 10~2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두고서도 "중동 전쟁과 민생 경제 위기를 강조했지만, 선심성 현금 살포 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주장대로 민생 방어에 정부가 나서려고 했다면 소득 하위 70%가 아닌, 고유가 피해 대상인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결국 이른바 '전쟁 추경'이 선거용이라는 의심을 키우고 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진정으로 민생을 걱정한다면 무차별적인 현금 살포가 아니라, 고유가 직격탄을 맞은 취약계층과 중소기업에 예산을 집중하는 '핀셋 지원'에 나섰어야 했다"며 "위기는 '돈 풀기'로 돌파하는 것이 아니라, 원칙과 책임 있는 결단으로 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전쟁을 핑계로 선거용 빚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야당의 주장에 "민생 현장이 전쟁터"라고 반발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선거용 매표'라고 지적하는 소득 하위 70% 지원에 대해서도 '차등 지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무차별 살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서민의 생존 투쟁을 '포퓰리즘'으로 모독하지 말라"면서 "정부의 민생 회복 추경안을 두고 '선거 추경'이니 하며 비난을 쏟는데, 정작 경제 위기 속에서 희망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부의 고심 어린 결단을 정략적으로 비방하는가"라고 반발했다.
특히 장 대표가 '선거용'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민생을 구하기 위한 진짜 '전쟁 추경'"이라면서 "고사 직전인 골목상권을 살리고 내수를 진작하려는 경제 선순환 전략을 '표 사기'로 비하하는 것은, 이 순간에도 생계를 위해 전쟁 같은 하루를 버티는 국민에 대한 명백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포괄적 지원이 아닌 '핀셋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에 대해선 "과거 수차례 실패한 '낙수 효과'의 재탕일 뿐"이라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보편적 민생 회복을 통한 경제 기초 체력의 보강"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고유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의 고도의 설계가 담겼다며 여론전을 펼쳤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가 26조 2000억원짜리 방파제를 설계해 국회로 가져왔다"며 "국채 한 푼 없는 빚 없는 추경으로 고유가 피해 지원금을 비롯해 취약 계층 에너지 복지, 공급망 안정, 재생에너지 전환, 지방 투자재원 등 파도가 닿는 곳마다 둑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물가 충격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절박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금은 정쟁보다 속도가 중요한 만큼, 국민의힘도 더 이상 어깃장 놓지 말고 추경 예산의 신속 통과에 협력하기 바란다"고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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