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아들 25주 만에 미숙아 출산 후 '산후우울증' 앓아…법원 "온정 베풀어야"
법조계 "범행 동기와 행동 일관되게 일치…남편 처벌불원도 양형요소로 작용"
"심신미약 인정되는 경우 매우 드물어…피고인 상태 매우 안 좋다고 판단한 것"
"사정 고려해도 지나치게 선처한 것…유사 사례 발생하면 그때마다 선처할 것인가"
미숙아로 태어난 생후 7개월 아들을 살해한 친모가 산후우울증 등 심신 미약을 인정받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재판부가 범행 당시 상황을 고려해 선처를 베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생명권을 침해한 중대범죄인 만큼 법정 권고형인 실형이 선고됐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3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또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명했다. A씨는 지난해 7월17일 오후 3시30분께 광주 북구 한 아파트 내 6층 자택에서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직후 A씨는 스스로 창밖으로 뛰어내렸으나,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아 생명을 건졌다.
앞서 A씨는 2022년 12월 아들을 25주 만에 미숙아로 출산했다. 이후 수개월간 아들의 입원·통원 치료를 반복하는 등 양육을 홀로 도맡으며 극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 이 과정에서 아들이 수술 이후 후유 장애가 있을 수 있다는 의사 소견을 듣자 범행을 저질렀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가족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홀로 미숙아 자녀를 보살피며 우울증을 겪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며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행위는 중대한 범죄지만, 범행에 이른 사정을 고려해 집행유예의 온정을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피고인의 아이는 출산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고, 피고인은 후유 장애가 남을 수 있다는 소견을 듣고 범행을 저질렀다. 본인이 잘 살겠다고 아이를 살해한 것이 아니고 범행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범행 동기가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남편이 가정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점 또한 중요한 양형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범행 동기와 행동이 일관되게 일치한 사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판례를 보면 심신미약이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산후우울증 자체만으로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사례 또한 흔치 않다. 그럼에도 재판부가 심신미약을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상태가 매우 안 좋았다는 것"이라며 "사회가 이들을 돌보지 못한 부분도 있는 만큼 개인만 처벌한다고 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재판부 역시 피고인의 사정을 잘 고려해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법정 권고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판부가 산후우울증을 앓고 있는 피고인의 사정을 고려해 선처를 내린 것"이며 "다만 생명은 귀중한 것인 만큼,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지나치게 선처해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한다면 그때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으로 형량이 정해져 있는 만큼, 이를 존중할 필요가 있다. 법에 따라 형량대로 실형을 선고하고 추후 가석방, 사면 등의 방법을 통해 피고인에게 기회를 주는 게 더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며 "다만, 조숙아 부모 개인에게만 독박을 씌우는 건 가혹한 측면이 있다. 정부, 지자체에서 세밀하게 관심을 갖고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영 변호사(법무법인 한일)는 "산후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심신미약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러나 산후우우울증으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이를 경우 감경사유로 판단할 수 있다"며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산후우울증이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 결정이 어려울 정도로 심해 영아를 살해한 경우 집행유예가 나온 판례가 종종 있다. 이례적인 판결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판단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다르게 판단될 수 있고, 이 사건의 경우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다만, 1심 판결로 보아 항소심에서도 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