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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제지 사태 재현될까"… 역대급 신용융자에도 몸사리는 증권가


입력 2024.06.19 07:00 수정 2024.06.19 07:00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한투·미래·키움證 등 테마주 증거금율 상향 릴레이

이자수익 보다 리스크 관리 집중…당국 주문도 한 몫

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연합뉴스

국내 증시 내 테마주를 중심으로 신용공여 잔고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들은 수익 확대 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영풍제지 때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더불어 당국 등에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과열 종목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가스공사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자체 수시 평가에 따라 미결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다. 앞서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14일부터 알테오젠의 증거금을 40%에서 100% 높였다.


아울러 이달 초 키움증권과 KB증권은 연이어 실리콘투의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펨텍코리아·클리오·한국화장품제조·아이패밀리에스씨·선진뷰티사이언스 등에 증거금률을 100% 올렸다.


증거금률은 거래대금 가운데 증권사에 먼저 내는 위탁보증금의 비율로 통상 40~50% 수준이다. 증거금 100%가 설정되면 투자자들은 오직 현금으로만 매수가 가능하며 신용융자나 담보대출이 불가능하다.


이는 최근 국내 증시에서 석유·가스, 화장품, 바이오 등 테마주 열풍으로 빚투(빚내서 투자)' 수요가 급증한 것에 따른 대응이다.


실제 한국가스공사의 경우 ‘동해 석유·가스 사업’ 수혜추로 주목받으면 지난 17일 52주 신고가(6만8000원)을 기록하는 등 한 달 사이(5월17일~지난 17일) 주가가 93.08% 올랐다. 이외에 알테오젠(53.65%)·선진뷰티사이언스(105.17%)·한국화장품제조(50.95%) 등도 같은 기간 급등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한국가스공사의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지난달 17일 33만5996주에서 전날 240만8252주원으로 7배 이상 늘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율(신용잔고수량 대비 전체 주식 수)은 0.35%에서 2.59%로 뛰었다.


또 국내 증시 전체의 빛투도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이달 13일 기준 20조1217억원에 기록했다. 신용거래융자액이 20조원을 넘어선 건 작년 2차전지 테마주 열풍 때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과거 증권사들은 신용융자 규모가 늘어나면 관련 이자율을 낮추는 등 빚투 마케팅에 힘썼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다르다. 작년 키움증권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도 있었던 만큼 증권사들이 이자수익 확대보다는 금융소비자 보호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키움증권은 타사들과 달리 영풍제지에 대한 증거금률을 낮게 설정했던 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주가조작이 밝혀지면서 결국 대규모의 미수금을 떠안은 바 있다.


당국의 주문도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2차전지 열풍 당시 “테마주 투자 열기에 편승한 증권사들의 공격적인 신용융자 확대는 빚투를 부추길 수 있으므로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해외대체투자 평가손실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으로 신용융자 등 이자수익이 아쉬운 상황”이라면서도 “작년 키움증권 사례나 당국에서도 투자자 보호와 시장 과열 종목 관리에 대해 주문하고 있어 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노성인 기자 (nosai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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