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38, 키움증권)이 클래스를 과시하며 한국오픈 1라운드 선두로 나섰다.
배상문은 20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우정힐스CC에서 열린 ‘코오롱 제66회 한국오픈’ 1라운드서 4언더파 67타를 적어내며 권성열, 강경남과 함께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배상문은 2008년과 2009년, 2년 연속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베테랑. 그는 1라운드가 끝난 뒤 “오늘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 2주전 대회 때부터 리더보드 상위권에 위치하면서 감이 좋은 상태다. 그러나 한국오픈 코스인 우정힐스는 그린이 어렵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라며 “어릴 때는 한국 방문이 뜸했는데 이제 조금씩 신중하게 계획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시차 적응은 매우 힘들었다. 또 한국 대회를 시즌 이외 또는 가을 즈음 참여하려다 보니 좋은 참여 기회가 없었지 않았나 싶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2주 전 성적이 좋았고 선두권 경쟁을 하다 보니 오랜만의 설렘과 긴장, 불안 등이 교차하면서 전환점이 됐다. 그렇게 좋은 성적 후 지난주 연습을 많이 하게 되면서 부족한 부분 많이 채울 수 있었다. 특히 동료들이 이번 주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 등 응원을 많이 해줬다. 우승은 4일 동안 잘해야 가능하겠지만 많이 욕심난다”라고 속내를 가감없이 밝혔다.
배상문은 우정힐스CC와 PGA 투어 대회장과의 비교에 대해 “난이도는 비슷하고, 그린스피드는 평균보다 더 빠른 것 같다. 스피드, 오르막퍼팅이 대단히 중요한 대회다. 그린 스피드는 어려웠고, 세컨샷을 오르막에 올리는데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주 KPGA 선수권 대회에서 퍼팅이 부족했다고 밝힌 배상문은 “중거리 파 몇 개를 성공시키기는 했지만 찬스 때나 클러치 퍼팅을 많이 실패해서 후회했다. 중간 중간 클러치 퍼팅이 없다 보니,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기회마다 찬물을 끼얹는 면이 있었다. 오늘은 아쉬운 한 홀 외에는 괜찮았다. 다만 아이언 샷이 별로라 더 연습하려고 한다”라고 웃었다.
배상문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겠다며 “연습을 게을리 하거나 골프에 소홀히 한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성적과 직결되는 것은 운이 좋거나 굉장히 잘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구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스스로 골프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긍정적 마인드가 생겼고 골프가 좋아지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결과는 배상문 향후 행보에 많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는 “터닝 포인트가 되어서 플레이에 자신이 붙었으면 좋겠다. 사실 스코어나, 당장 이번 주 성적이 내 기량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엄청 기량이 좋아도 컨디션 따라 내려갈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며 “성적에 일희일비하진 않겠지만 마음 먹은 대로 플레이가 되면 굉장한 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 이번 주도 지난주에 이어 만족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라고 방긋 웃었다.
배상문 또한 최경주의 최고령 우승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최경주 프로의 경기 4라운드 중 3개 라운드를 시청하며 영감을 받았다. 시니어이신 만큼 쉬엄쉬엄 하시지 않을까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2라운드 때 문자를 보냈다. 젊은 애들 기를 왜 이렇게 죽이냐고”라고 말한 뒤 “그러니까 바로 전화를 하셨다. ‘너 한국이냐’ 하시길래 유튜브로 보고 있다고 했다가 10분 통화했다. 기분 좋아서 안 끊으시더라. 통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노력하시는 모습이 젊을 때와 같아서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끝까지 보겠다고 했고, 우승하신 다음에는 문자로만 연락했다. 너도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셨다”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최 프로의 우승은 동기부여가 됐다. 세대는 다르지만 식지 않는 열정을 존경할 수밖에 없고 앞으로 본 받아야겠다 생각한다. 최 프로가 시니어 가시기 전 몇 년간 PGA성적이 좋지 않으셨는데도 레귤러 투어 참가를 하고 싶어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도전하는 것에 있어서는 상징적 인물이 아닌가 생각했다. 정말 본받고 존경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라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배상문은 “한국에서 뛸 마음은 당연히 있다. 다만 몇 년 정도 더 하고 판단하려 한다. 오늘 갤러리 분들도 응원을 꽤 많이 오셨는데, 이분들께 아직 배상문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스스로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내가 골프를 사랑하고 하고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싶다. 더 이상 힘들겠다고 느끼면 운동선수에게는 슬픈 감정이고 현실이라 생각한다. 아직 이 기분을 느껴본 적이 없고, 느끼고 싶지도 않다. 반대로 말씀드리면 내가 아직 건재하고, 나의 필드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다”라고 당차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