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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핀 꽃’ 울산 주민규, 울림 있는 행보


입력 2024.06.24 10:01 수정 2024.06.24 10:0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울산HD 주민규. ⓒ 한국프로축구연맹

주민규(울산 HD)가 ‘2골 1어시스트’ 맹활약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4’ 18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3-2 승리, 하루 만에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전반 22분 헤이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울산은 전반 43분 이명재의 오른쪽 측면 프리킥을 주민규가 박스에서 솟아올라 머리로 방향을 틀어 골문을 갈랐지만, VAR 판독 끝에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아쉬움을 삼킨 주민규는 기어코 동점골을 빚었다. 전반 추가시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켈빈이 시도한 오른발 슈팅이 제주 GK 김동준 손에 맞고 나온 것을 재빨리 오른발로 때려 동점골을 터뜨렸다.


주민규 동점골로 전반을 1-1로 마쳤지만, 울산은 후반 13분 아타루가 부상으로 빠졌다. 교체 투입된 김민우는 5분 만에 주민규가 찔러준 패스를 받아 역전골을 넣었다. 주민규의 어시스트다.


흐름을 잡고 리드하는 울산의 승리를 예상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페널티킥을 내줬다. 후반 32분 코너킥 상황에서 울산 김기희 반칙으로 제주에 페널티킥을 헌납했다. 키커로 나선 헤이스 슈팅을 GK 조현우가 막지 못하며 2-2 동점을 허용했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는 주민규 발에 의해 갈렸다. 후반 38분 엄원상의 킬패스를 받은 주민규가 강력한 슈팅으로 제주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3-2로 달아난 울산은 후반 막판 다시 한 번 페널티킥을 허용했는데 이번에는 헤이스의 실축으로 실점하지 않으면서 승리를 확정했다.


이날 주민규는 결승골 포함 2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포함 두 차례나 득점왕에 등극했던 주민규는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2019년 울산을 떠나 제주로 이적한 주민규는 2021시즌(22골) K리그1 득점왕에 등극했다. 국내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2016년 정조국 이후 5년 만이었다. 4년 만에 ‘친정’ 울산으로 돌아온 주민규는 2023시즌 득점왕과 함께 K리그1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며 목표했던 것을 모두 달성했다.


다 이룬 것 같지만 주민규의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국내 축구팬들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기량을 뽐내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모두 주민규를 외면했다.


주민규-이강인. ⓒ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지난해 여름 주민규는 취재진 앞에서 “사실 이제는 기대도 0.1% 정도다. 이런 일이 많아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차분하게 기다리려 한다.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채워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고 묵묵히 울산에서 역할을 하던 주민규는 마침내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지난 3월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태국전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의 선택을 받은 주민규는 태국전에 출전, 33세 343일의 나이로 한국 축구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전 기록을 경신했다.


6월에는 김도훈 감독의 부름을 받고 또 국가대표팀에 합류한 주민규는 A매치 3경기 만에 데뷔골을 터뜨렸다. 34세 54일의 나이로 A매치 데뷔골을 쏜 주민규는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골 2위에 올랐다. 득점력뿐만 아니라 연계 플레이에도 강점을 보였던 주민규는 무려 3개의 도움을 올리며 싱가포르전 대승에 크게 기여했다.


손흥민도 사연이 있는 주민규에게 다가와 격하게 축하해줬고, 주민규 도움을 받고 골을 넣은 이강인도 엄지를 치켜들었다. 팬들은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걸개를 들고 주민규를 뜨겁게 응원했다.


주민규는 지난 11일 중국전을 마친 뒤 “안주하지 않겠다. 소속팀(울산)에 복귀한 뒤에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며 (대표팀에)다시 돌아오고 싶다. 태극마크를 달기 전이나 달았을 때나 변함없이 응원해준 팬들의 환호를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약속했다.


주민규는 어떤 신임 감독이 와도 부르지 않을 수 없을 만큼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약속을 지켜가고 있는 주민규의 울림 있는 행보는 축구팬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적시고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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