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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비토'하는 지자체장들 왜?


입력 2024.07.07 06:00 수정 2024.07.07 22:21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洪·李 "韓, 당 대표로 적절치 않아" 비판

회동 거절 이어 한동훈 향한 날선 메시지

'정부예산' 쥔 윤심에 기댄 것이라는 분석

"비토, 한동훈에 되레 도움될 것" 전망도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데일리안DB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같은 당 소속 지방자치단제장들로부터 '비토'를 당하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철우 경북도지사 등이 한 후보와 만남을 거절하고 그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


해당 지자체장들이 한 후보를 비토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총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한 후보의 당권 경쟁에 힘을 싣지 않기 위해서지만, 당 안팎에선 예산편성권을 쥔 윤심(尹心)을 의식한 정치적 셈법이 깔린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후보는 홍 시장, 이 지사 등 지자체장들과 회동하지 못하고 있다. 나경원·원희룡 후보가 당 소속 여러 지자체장을 모두 만나 얘기를 나눴고, 윤상현 후보도 홍 시장·이 지사와 회동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 후보가 이들과의 회동을 시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한 후보는 지난달 26일 2박 3일 일정으로 영남 지역을 방문할 당시 홍 시장과 이 지사와의 만남을 시도했다. 하지만 홍 시장은 한 후보의 두 차례에 걸친 면담 요청에 대해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히려 지자체장들은 연일 한 후보를 비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특히 홍 시장은 지난 총선이 끝난 직후부터 지속해서 한 후보를 저격해왔다. 지난 5일에도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2017년에는 화양연화 한동훈이 수사로 우리를 궤멸시키려고 했지만, 이제는 정치판에서 우리는 궤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 후보를 향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 후보와의 면담을 거절한 이 지사 역시 쓴소리를 내놨다. 이 지사는 지난달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후보를 향해 "더 공부해야 한다"며 "밖에서 들어온 사람이 당대표를 하면, 당의 가치가 도매급으로 하락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처럼 여당 내 광역 단체장들이 한 후보에 대한 비토에 나선 가장 큰 이유로는 '윤심'이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한 후보를 비판해,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싣는 모습을 통해 정치적 실익을 얻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정치적 실익 중 하나는 재정적 지원(예산)이다. 지방자치단체에 투입될 정부예산을 최종결정하는 권력이 윤 대통령에게 있는 만큼, 한 후보를 지원해 윤 대통령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이유가 없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특히 윤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의 TK 지역 광역단체장들이 한 후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반감을 읽고 한 후보 때리기에 가세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예산은 지자체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인데 2년 뒤 지선때까지는 윤 대통령이 갖고 있는 것"이라며 "또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한 후보를 누르는 게 정통보수를 지키는 것이고 현재 윤 정권을 지지하고 메시지도 줄 수 있으니 한 후보와 만나서 얘기하고 사진찍고 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이 같은 지자체장의 '한동훈 비토'가 오히려 한 후보의 당권 레이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적극적인 통합 행보에 나선 한 후보의 모습에 비해 지자체장들이 일부러 회동을 거절하는 행위가 자칫 한 후보를 향한 동정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의 비판이 나올 때마다 오히려 한 후보의 여론조사가 더 잘 나오는 걸 보면 홍 시장이 한 후보의 선대위원장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온다"며 "한 후보 측에서 만남을 제안까지 했는데도 성사가 안 된 이유에 대해 다들 비슷한 생각을 가지게 될 거고 그렇다면 오히려 한 후보의 진정성이 주목 받는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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