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장마가 시작했다. 단기간에 집중해서 내리는 만큼 더운 날씨와 더해서 습기(濕氣)를 만든다. 습기는 일상에서도 곰팡이나 벌레가 잘 생기고 음식을 잘 상하게 하는 문제를 일으킨다. 건강상으로도 습기는 풍·한·서·습·조·화 라고 해서 한의학에서 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외부요인인 육기(六氣)의 하나로 본다.
하지만 다른 바람이나 찬기운, 더위 등의 기운에 몸이 상했을 때는 잘 알아차리기 쉽다. 동의보감에서도 ‘습기에 몸을 상해도 잘 알기 어렵다’고 했다. 습기는 마치 안개나 구름과 같이 그 속에 간다고 바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어느새 온몸 구석구석 스며들어 몸 전체를 병들게 한다.
이는 의서에서도 밖에서 들어오는 습은 무더위, 산과 연못의 증기, 비를 맞고 젖은 상태로 돌아다니는 것, 땀에 젖은 옷을 입고 다니는 등으로 인해 허리와 다리를 붓고 아프게 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또 안에서 생기는 습은 날 것과 차가운 것, 술과 밀가루 음식이 비장의 기능을 떨어트려 습을 만들고 열을 가두어 위장의 문제를 일으킨다고도 한다.
특히 습기가 경(經)에 있으면 코가 막히는 증상과 해질 무렵에 열이 나는 증상이 있고 관절에 있으면 온 몸이 다 아프며, 장부에 있으면 청탁이 섞여서 대변을 무르게 하고 소변은 잘 나오지 않게 하고 배가 부풀어 오른다고 말한다.
실제 비가 내리면 바깥 기압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 몸 안의 기압은 1기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관절이 부어서 관절 쪽이 뻣뻣해지고 통증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습도는 관절 주위 근육과 인대, 힘줄 근처의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거기에 귀 안에 기압을 감지하는 압력센서가 있는데, 이 센서는 압력이 낮아지면 교감신경계를 활성화 시킨다. 교감신경계가 신경 말단에서 혈액으로 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이 노르아드레날린은 관절주위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을 유발한다.
체내에서는 더운 날씨를 해소하느라 차가운 음료와 과일을 먹고 치킨에 맥주를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체내의 습기운을 더 키우는 역할을 하게 된다. 특히 맥주는 차가운 술인 데다가 기름진 치킨이 들어가면 습이 더 쌓인다. 장기 내부에 습기가 차면 기의 순환을 방해한다.
그러면 순환이 막힌 부분에서는 열이 발생한다. 이 열은 습기를 졸여서 노폐물이 되므로 소변을 통해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된다. 이러면 내부에서 과부하가 걸려 설사가 나고 배는 끓어서 부풀고 소변은 줄어든다.
습기로 인한 증상은 습기가 많은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주로 뚱뚱하고 살이 물렁물렁하고 피부가 하얀 분들에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렇듯 습기가 많을 때는 살짝 땀을 내고 소변을 통해 습을 빠져나가게 하는 치료법을 사용한다. 체표면이나 관절 쪽에 있는 습기는 땀을 통해 내보내고 체내에서 생긴 습기는 소변을 통해 배출을 유도한다.
장마철에는 특히 차가운 음식과 날 것, 술과 밀가루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유산소운동을 통해 가볍게 땀을 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인삼을 차로 달여 먹거나 삽주 뿌리(창출)와 율무를 타 먹거나 달여 먹으면 습을 없애주고 소화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글/ 이한별 한의사·고은경희한의원 대표원장(lhb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