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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피격' 고환율·고금리에 다시 불 지핀다


입력 2024.07.17 15:18 수정 2024.07.17 15:54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연준 압박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시점 '안갯속'

13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집회 도중 오른쪽 귀에 총격받고 귀에서 피를 흘리면서 주먹을 들고 “싸우자”고 외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총격 피습을 받은 후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래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기준금리 인하를 해서는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비로소 안정세를 찾던 원·달러 환율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쩌면 그들이 오는 11월 5일 선거 전에 금리를 낮출지도 모른다”며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하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이 옳은 일을 한다고 내가 생각한다면, 그가 임기를 채우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긴장 관계가 다소 완화됐음을 의미한다. 앞서 올해 2월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을 연준 의장으로 재임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파월 의장은 2022년 5월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두 번째로 의장직에 지명됐다. 이번 임기는 2026년에 끝난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왔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으로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는 제한적으로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연설 도중 총격 피습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 사건 후 당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졌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육박하고 있다.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원 오른 1384.9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일(1390.6원) 이후 2주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감세와 함께 재정 지출을 늘려 미국 내 경기를 강하게 하는 정책 조합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시장은 미 금리 상승, 달러 강세에 베팅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부담스럽게 하는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조기 기준금리 인하(8월)를 예상했으나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이후에는 10~11월로 인하 시점이 뒤로 밀렸던 터였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당면한 물가, 금융 안정 상황을 고려할 때 현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는 다소 과도한 면이 있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더 뒤로 밀려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현재 한·미 정책금리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p) 격차로 역전돼 있는데, 연준 보다 앞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해당 금리차가 더 벌어져 환율 상방 압력이 강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상승을 부추기고,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높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한은도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경제 상황이 과거보다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소연 신영증권 자산배분 전략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임기 만료까지 기존의 제한적인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친 트럼프 성향의 후임 지명 이후 임기 후반 연준의 중립금리(2.75~3.0% 추정) 수준까지 회귀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에 따른 우리나라 경기 및 물가, 금리, 환율 영향은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이라며 “한은은 금리 인하 초기 미 연준 대비 보수적 스탠스를 고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욱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피격 이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9월 인하 이후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환율 시장의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는 25일 발표되는 2분기 성장률이 부진할 경우 한은의 8월 소수의견은 개진될 수 있지만, 환율 시장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는 11월에나 단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세미 기자 (lsmm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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