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식재료 값 ‘껑충’, 가공식품으로 대체
야외활동 줄면서 수익 높은 저녁 주류 판매도 감소
“식재료부터 전기세까지 손님만 빼고 다 늘어나네요.”
외식업계가 유례없는 폭염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더운 날씨에 야외활동이 줄면서 매장 손님은 줄어든 반면 식재료와 전기요금 등은 급등하면서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8월 폭염일수는 16일로, 2016년 16.6일에 이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3년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달 열대야 일수는 11.3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 달 중 3분의 1가량이 열대야였던 셈이다.
9월로 접어들면서 더위는 한풀 꺾였지만 이달 중순까지는 최고체감온도가 33도 내외로 오르는 등 더위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년보다 뜨거운 여름에 외식업계는 속앓이만 하고 있다. 각종 비용은 오르는데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어서다.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매장이 30평이 조금 넘는데 7월 전기요금만 120만원이 넘게 나왔다”면서 “온도가 더 높았던 지난달엔 거의 종일 에어컨을 켜놨는데 얼마가 나올지 두렵다”고 전했다.
일부 외식자영업자들은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에어컨 가동 시간을 줄이고 선풍기를 틀거나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만 에어컨을 켜는 등 전기요금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비용을 줄이려는 점주와 다르게 고용된 종업원들은 불만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종일 매장에서 근무해야 하지만 손님이 뜸한 시간엔 냉방을 줄이다 보니 덥다는 불평이 나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있던 종업원까지 그만둘 경우 영업이 어려워지는 점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폭염으로 껑충 뛴 식재료 가격도 외식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시금치, 배추, 상추 등 더위에 약한 잎채소를 중심으로 가격이 예년 대비 2~3배 가량 급등하면서 햄, 어묵, 두부 등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이 덜한 가공식품 사용을 늘리고 있다.
무더위로 야외활동이 줄고 매장 내 주류 판매가 감소한 점도 매출과 수익성 하락의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등은 상대적으로 매출 감소가 덜하지만 매장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식, 고기구인 전문점 등은 작년 여름 성수기에 비해 매출이 두 자릿 수 이상 줄었다는게 외식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저녁 주류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했던 업장들은 매출과 수익성 모두 떨어지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오른 외식물가에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날씨까지 덥다 보니 음식은 물론 주류 판매도 감소하고 있어서다.
외식 프랜차이즈업계 한 관계자는 “그나마 주류 판매를 통해 수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저녁 손님 저체가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류 판매도 감소할 수 밖에 없다”면서 “보통 이맘 때면 더위가 풀리는데 올해는 더 길어진다고 한다. 유독 힘든 여름 시즌”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