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컵커피, 맥주 등 1000원대 상품 봇물
직장인 수요 높은 편의점 도시락, 5000원 미만 비중 30% 돌파
올 들어 가격이 치솟은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부터 가공식품까지 먹거리 물가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유통업계의 초저가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상반기만 해도 품질 대비 가격이 저렴한 가성비 상품이 대세였다면, 추석 전후로 물가가 한 번 더 치솟으면서 현재는 1000원대 초저가 상품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1000원 이하 상품의 전년 대비 매출 신장률은 2021년 10.4%에서 2022년 23.3%로 물가 급등 시기에 맞춰 큰 폭으로 뛰었다.
이후 2023년 21.1%, 2024년 27.3%로 매년 20%대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 1~8월 기준으로는 27.3% 증가했다.
올 초 선보인 880 육개장 컵라면과 990 스낵은 각각 누적 판매량 60만개, 50만개를 돌파했다.
재작년 여름 출시한 400원짜리 바, 1000원 콘 아이스크림은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출시한 1000원짜리 두부는 출시 보름 만에 3만여 개가 팔려나갔다.
이어 23일에는 PB 컵커피 ‘HEYROO 디카페인 아메리카노’와 ‘HEYROO 로어슈거 카페라떼’ 2종을 업계 최저가인 1900원에 선보였다.
지난달 세븐일레븐 선보인 천원맥주(버지미스터, 프라가프레시)는 5일 만에 25만 캔이 판매되며 물류센터 재고가 동나기도 했다
외식물가 상승으로 직장인들의 수요가 늘고 있는 편의점 도시락도 일명 저렴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보통 5000원이 넘으면 프리미엄 상품으로 분류한다.
CU가 연도별 도시락의 가격대별 판매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0년 이후 20%대를 이어오던 5000원 미만 도시락의 판매 비중이 올해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CU의 도시락 중 5000원 이상 상품의 판매 비중은 2019년 68.2%, 2020년 70.3%, 2021년 71.8%, 2022년 72.0%, 2023년 72.2%로 매년 상승하다가 올해는 69.8%를 기록해 70%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5000원 미만 가격대의 도시락은 2019년 31.8%, 2020년 29.7%, 2021년 28.2%, 2022년 28.0%, 2023년 27.8%를 기록하다가 올해는 30.2%를 기록해 5년 만에 다시 30%대로 진입했다. 5000원 미만 도시락의 판매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세븐일레븐은 24일 초가성비 도시락으로 ‘맛장우도시락 올데이뷔페’를 선보였다.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뷔페 같이 알찬 도시락’이 콘셉트로 한식 뷔페식당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반찬들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대형마트도 1000원대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장보기 상품 비중을 늘려 고객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겠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25일까지 서해안 햇꽃게(100g/냉장)부터 절단 낙지(100g/해동/태국산), 호주산 곡물비육 척아이롤 등 1000원대 초저가 상품을 선보인다. 깻잎, 양파, 깐마늘, 감자, 오이 등 채소는 소용량으로 양을 줄여 1000원대로 내놨다.
구매에 있어 브랜드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가전업계에서도 가격이 저렴한 PB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싱글원 UV살균 스테이션 청소기’는 지난달 15일 출시 이후 약 한 달 만에 초도물량 2000대 완판을 기록했다.
최근 한 달 간 판매한 청소기 중 판매량 1위로, 다른 인기 스테이션 청소기 판매량과 비교하면 약 3배 높은 수준이다. 해당 상품은 유사 스펙을 보유한 주요 제조사의 스테이션 청소기 대비 약 60%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상품을 구매한 고객들의 절반 가량이 롯데하이마트 PB 상품을 처음 접한 2030세대로, 1~2인 가구, 실용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싱글원 시리즈’ 상품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