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고등학교서 경비원 철문에 깔려 숨져…경찰, 교장 등 관계자 4명 업무상과실치사 송치
법조계 "1999년 개교 이후 보수·점검 안 했다면 관리 소홀…징역 1년~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전망"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는 검토 해봐야…중대재해 맞지만 산업현장서 발생한 사고 아냐"
"사고 직전 철문 흔든 시민도 조사 및 입건 검토해야…사고 원인 됐다면 과실치사 처벌 가능"
충북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문에 깔려 숨진 사고와 관련해 교장 등 관계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학교의 철문이 1999년 개교 이후 단 한번도 보수 및 점검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관리를 소홀히 한 관계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되고 징역형이 선고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사고 직전 철문을 흔들었던 시민의 모습이 CCTV에 찍혔고, 학교 측도 책임을 묻고 있는 만큼 해당 시민에 대한 조사도 면밀히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24일 오전 6시께 청주시 서원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70대 경비원이 철제 정문을 열다가 경첩 부분이 파손되면서 쓰러진 철문에 깔려 숨졌다. 이에 충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1일 사고가 발생한 고등학교 교장 등 학교 관계자 총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재난안전법에 근거한 교육부 지침상 학교는 월 1회 교문 등 시설물에 대해 안전 점검을 해야 하는데 행정실장 등 학교 관계자 3명은 이를 어긴 혐의를, 교장은 직원들이 제대로 이를 이행했는지 관리·감독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해당 철문은 1999년 개교와 함께 설치된 뒤 한 번도 보수나 점검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는 현재 노동 당국이 조사 중이다.
그러나 학교 측은 사고 직전 폐쇄회로(CC)TV영상을 근거로 "지역 주민들이 흔들지 않았으면 문이 파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CCTV영상에는 사고 15분 전 학교를 지나던 시민들이 철문을 잡고 흔들고, 한 시민이 문을 잡고 흔든 뒤 철문이 살짝 내려앉는 듯한 모습이 담겼다. 이후 경비원이 철문을 미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다만 경찰은 "시민 사고가 날 것을 예견해서 한 행동이 아니고 주의를 다 할 의무도 없다"면서 시민들을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해당 고등학교 관계자들의 철문 관리 소홀이 입증된다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사안이다. 해당 학교는 1999년 개교 이후 단 한번도 철문 점검 및 보수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 역시 관리 소홀로 볼 여지가 있다"며 "학교장에게는 징역형 집행유예, 나머지 관리자들에게는 징역 1년의 실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유족과 합의한다면 집행유예 선처도 가능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는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 산업재해법이 적용되려면 산업재해 영역에서 중대한 재해가 발생해야 된다"며 "이 사건이 사망이라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것임은 분명하지만, 산업재해인지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산업재해라는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것이어야 하는데 주로 제조업 건설업 등이 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검사 출신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만약 개교 이후 단 한번도 철문을 보수하거나 점검하지 않았다면 교장 등 학교 관계자의 과실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인다. 철문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과실 유무 등을 밝히기 어려운 만큼 수사 단계에서 정밀감정을 통해 철문이 파손된 원인을 명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오랜 시간 철문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책임을 현재 교장 등 관계자가 오롯이 지는 것은 부당하므로 처벌 수위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당시 시민이 문을 잡고 흔든 뒤 철문이 살짝 내려앉는 듯한 모습이 CCTV에 찍혔고 학교 측에서 사고 전 철문을 흔든 시민의 행동을 지적하고 있는 만큼 시민에 대한 조사, 입건 여부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안처럼 추가적인 원인이 개입된 경우에는 철저히 조사하지 않고 기소하면 무죄가 나는 경우가 많다"며 "본인의 파손행위로 누군가 다칠 수 있다는 점을 예측할 수 있을 텐데 조사도 없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 해당 시민의 행위가 주요 원인이라면, 과실치사죄의 책임을 충분히 물을 수 있는 사안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