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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웅 향한 과도한 비난


입력 2025.01.04 07:20 수정 2025.01.04 16:49        데스크 (desk@dailian.co.kr)

최근 한 달 가량 임영웅을 향해 비난이 쏟아졌다. 그사이 비정치인 중에서 가장 크게 비난 받은 사람이 그일 것이다. 수십일 간이나 비난, 매도, 조롱조의 기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 정도로 임영웅이 큰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


가장 최근에 비난이 집중된 건 임영웅이 공연을 했기 때문이다. 국가애도기간 막바지인 1월 2일부터 4일까지 고척돔 공연이 예정돼 있었는데, 그걸 그대로 진행했다고 해서 십자포화가 떨어졌다.


물론 국가애도기간에 공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가능한 한 연기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참사가 벌어진 후 약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고 그 사이에 해도 바뀌었다. 사고 다음 주말이며 새해 첫 주말에 예정된 공연을 진행한 것이 그렇게 온 사회의 집단공격을 받을 만큼 중죄인 것일까?


이상한 것은 똑같이 공연을 진행한 다른 가수에 대해선 많은 매체가 입을 다물었다는 점이다. 바로 성시경이 31일에 예정대로 공연했다. 31일이면 아직 해가 바뀌지 않아서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더 참사와 가깝게 느껴지는 시점이다. 그런 성시경의 공연에 대해선 언급이나 비난이 거의 없었다.


포털 메인에선 연일 임영웅의 공연만 콕 찍어 비난하는 기사들을 접할 수 있었다. 성시경도 공연했다는 걸 알기 위해선 일부러 검색해서 정보를 찾아봐야 했다. 포털에 뜬 임영웅 공연을 비판하는 기사들에선, ‘이번에 공연을 누구 누구 누구가 연기하거나 취소했는데 임영웅은 강행한다’는 식의 프레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런 기사들만 보면 마치 공연을 진행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 임영웅 단 한 명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러니 과도하다는 것이다.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임영웅 공연은 운신의 폭이 매우 좁다는 걸 추측할 수 있다. 비교적 작은 곳에서 열리는 공연이나, 1회 공연은 그나마 조절의 여지가 있다. 물론 그런 공연도 일정을 바꾸는 것이 당연히 쉽지는 않을 것이고 큰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임영웅에게 예정된 공연은 고척돔 3일 공연이었다는 데서 특수성이 느껴진다.


경제계에 문제가 터졌을 때 대기업이나 큰 프로젝트일 수록 국가가 온갖 방법으로 살리는 경향이 있다. 대기업 등이 무너지면 연관된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당해서, 사실상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할 때 이렇게 규모는 중요하게 작용하는 법이다.


고척돔 3일이면 우리나라에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 규모 공연이다. 연관된 사람들이 매우 많을 거라고 당연히 추정할 수 있다. 더군다나 임영웅 공연은 스태프를 많이 쓰기로 유명하다. 그러니 더더욱 연관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공연이 취소될 경우 그들이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


대중음악계는 최근 대형공연장이 부족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몇 안 되는 대형 체육관에 대관 신청이 몰려, 정체현상이 심각하다는 보도가 여러 번 등장했다. 그렇다면 고척돔 3일 공연의 연기가 매우 어려울 거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연기가 아닌 취소만이 선택지일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공연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많은 이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들에게 공연은 먹고 사는 문제다. 사고가 터진 후 일주일 가량 지난 시점이고 해도 바뀌었는데, 그 사람들에게 일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게 맞는 것일까?


고척돔 3일 공연이라는 규모에 비추어, 이렇게 생각할 여지가 있음에도 많은 이들이 임영웅을 집단적으로 매도하기만 했다. 같은 기간 공연하는 다른 가수에 대해선 거의 언급도 안 하면서 말이다.


과거 코로나 19 대유행 당시 임영웅이 방송 촬영지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모습이 포착된 것에 대해서도 집단 공격이 나타났었다. 임영웅이 마스크를 안 써서 스태프들을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며 맹비난이 가해졌다.


그런데 그때 방송 촬영 현장에서, 카메라에 찍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안 쓰는 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게 그렇게 비난할 일이라면 방송계 전체에 문제제기를 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매체들이 오직 임영웅 단 한 사람만 콕 찍어 공격했다.


임영웅에게만 지나치게 엄혹한 느낌이다. 그에게 엄청난 비난이 가해진 DM 사태도 그렇다. 임영웅이 자신의 입장을 발표한 것도 아니고, 메시지에 개인적으로 답을 했다고 알려졌을 뿐이다. 물론 그 안에 우리 공동체의 중대한 사안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담겨있었다. 거기에 대해선 문제를 지적할 수 있고 이에 대해 향후 임영웅도 숙고하고 학습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몇 주에 걸쳐 사회의 공적으로 찍어 집단적으로 단죄할 일인지는 의문이다. DM이 알려지고 첫 주에는 비판이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넘어갔는데도 공격과 조롱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게 과연 정상인가’라는 생각이 안 들 수 없었다. 심지어 대놓고 계엄 찬성 탄핵 반대에 나선 연예인에 대해선 잠잠하면서 임영웅만 질타하는 기사들이 포털에 줄을 이었다.


물론 임영웅이 톱스타이다보니 다른 이들보다 조금 더 주목 받을 순 있다. 그걸 감안해도 최근 이어진 집단공격은 도가 지나친 느낌이다. 한 달 가량이나 포털에서 조리돌림을 당할 정도라면 중죄를 저질렀어야 맞지 않나? 임영웅이 그 정도로까지 사회적 처벌을 받을 죄를 지은 것일까.

글/ 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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