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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 안 되니 당당하게"…경호처 비화폰, 비상계엄 '숨은 공로자'?


입력 2025.02.05 00:40 수정 2025.02.05 00:40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윤건영 "경호처 차장 비서관이

비화폰 불출해 노상원에 제공"

군 비화폰 이미 보유한

계엄군 지휘부에도 추가 제공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 국회에서 통화하는 모습(자료사진) ⓒ뉴시스

대통령 경호처가 12·3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한 인사들에게 도감청·통화녹음이 불가능한 보안 휴대전화를 지급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군 제공 비화폰을 이미 보유한 장성들은 물론, 민간인 신분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도 경호처 비화폰이 지급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부터 비화폰을 매개로 '계엄 세력'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전망이다.


김대경 경호처 지원본부장은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이하 내란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경호처) 비화폰 배부 현황에 대해서는 보안 목적상 말씀을 드리기가 제한된다"면서도 '비화폰 불출(반출) 대장'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비화폰 불출 대장에 적힌 '테스트(특)' '테스트(수)' '테스트(방)'이라는 표현이 무슨 의미인지 아느냐'는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본 적은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관련 기록이 특수전사령관·수도방위사령관·방첩사령관에게 비화폰이 지급됐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경호처에서 비화폰을 받았다"며 "비화폰이 두 개였다"고 말했다. 군 당국이 지휘관에게 제공하는 비화폰과 경호처가 별도 지급한 비화폰을 모두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곽 전 사령관은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특전사령관 보직 이후에 받았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곽 전 사령관에게 비화폰을 건넸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노상원 사용 경호처 비화폰
군 장성 통해 국방장관실로 반납


경호처 비화폰 불출 대장에는 '테스트(예)'라는 문구도 적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예비역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비화폰이 지급됐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방정환 국방혁신기획관은 계엄 당일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휴대폰을 전달받아 국방부 장관실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 폰이 비화폰인지 일반폰인지는 확인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방 기획관은 "노 전 사령관이 누구로부터 비화폰을 받았다고 들은 적이 있느냐'는 윤 의원 질의에는 "공소 중인 사실이라 답변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22일 진행된 내란국조특위 1차 청문회에서 '계엄 당일 저녁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하던 비화폰을 받아 장관실에 전달했느냐'는 박선원 민주당 의원 질의에 "네, 그 사항은 수사기관에 진술한 바 있다"고 했었다.


박 의원이 확보한 녹취록 등에 따르면, 방 기획관은 계엄 당일 오후 휴가를 내고 경기도 판교 소재 방첩사 사무실로 이동해 노 전 사령관과 회의를 진행한 뒤, 노 전 사령관이 사용하던 비화폰을 전달받았다.


수사 당국은 노 전 사령관이 김용현 전 장관, 문상호 정보사령관 등과 연락을 취하며 계엄 관련 조치를 사전 모의 및 기획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호처 차장, 비화폰 불출 기록
삭제 요구…내부 반발로 무산"


경호처 비화폰이 계엄 정국에 활용됐을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김성훈 경호처 차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 '호위무사'로 평가되는 김 차장이 노 전 사령관에게 제공된 비화폰 불출 과정에 관여해 관련 기록 삭제를 꾀했다는 지적이다.


윤 의원은 "여러 루트로 확인한 결과, 경호처에서 노상원 씨에게 직접 비화폰을 제공했다고 들었다"며 "김 차장 비서관이 비화폰을 챙겨갔고, 그걸 민간인 노상원에게 줬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 차장이 12월 13일 비화폰 불출 기록 삭제를 요구했지만 "김대경 지원본부장과 실무자들이 버텨서 기록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밝혔다.


이에 김 본부장은 "관련 내용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 드리기가 제한된다. 양해를 좀 해주시라"고 답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12월 7일에 노상원 비화폰이 (경호처로) 반납됐다"며 "입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한 이후 비화폰이 반납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곽 전 사령관은 "12월 5일 저녁쯤 김용현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전화해 '이것은 녹음되지 않는 전화니까 당당하게 가라'고 했다"며 "있었던 사실들을 사실대로 말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전반적인 상황들을 더 감추면 안 되겠다. 진실대로 가겠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밝혔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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