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태 내부 향한 쓴소리로 존재감 더욱 부각
尹탄핵안 첫 표결 초반 본회의장 홀로 남아 주목
AI·의료 등 콘텐츠 풍부…'중도 확장성' 경쟁력
협소한 당 지지세 단점…安 "확장성으로 설득"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의 '소신 정치'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맞이한 후 윤 대통령과 당 내부를 향해 쓴소리를 거침없이 쏟아내는가 하면, 대통령 탄핵과 '내란특검법' 표결에서 당론을 어기고 찬성표를 던져 주목받았다. 그의 '소신 정치' 명목은 '민의'다. 이 때문에 '중도 확장성' 측면에선 다른 범여권 대권주자들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건은 '세력'이다. 안 의원의 행보를 마주한 당내 시선은 대체로 차갑기 때문이다.
안철수 의원은 9일 현재까지 대권 출마 의사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3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론'을 띄운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상관없이 대선에 나갈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자"고 말했다.
안 의원은 '대선에 나갈 마음이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대선 출마를 시사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대선 출마라는 단어를 생각을 안해봤다"며 "빨리 시스템을 정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내리막길에 내려갈 수밖에 없는 위기의식을 갖고 많이 동참해주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개헌을 통해 대한민국을 '리빌딩(rebuilding)'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일 CBS라디오에서도 "여당 의원 소속으로 지금 아직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판결도 나지 않았는데 먼저 대선 출마 선언하는 분들은 너무나 성급하다. 그리고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즉, 조기 대선판이 공식적으로 열리면 출마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다.
안 의원이 정치를 시작한 뒤 수 차례나 '안철수는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안 의원은 18대 대선부터 20대 대선까지 모두 출마했으나,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단일화 혹은 좋지 못한 성적으로 '용꿈'을 이루지 못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선 박원순 전 변호사에게 단일화해줬으며,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3위로 낙선했다.
하지만 안 의원은 강인한 정치적 생명력을 보여주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안 의원과 가까운 국민의힘 인사는 "안 의원은 언제든지 준비돼 있는 주자"라며 "AI 특위 위원장도 하고 있고 과학기술·의료 부문에서도 강점이 있고, 사람이 합리적이다. 현안 해결을 위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안 의원도 "나는 AI 특위 위원장이다. 내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2017년에 이미 대선을 치러봤고 그때 공약들, 2022년도 마찬가지고 그런 준비에 대해서는 헌재의 판결이 만약에 인용이 된다고 해도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대선 경험이 풍부한 것, 과학기술·의료 분야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것 외에 안 의원의 강점으로 꼽히는 건 '중도 확장성'이다. 양 극단으로 나뉜 현 정치 상황에서 중도 확장성은 경선과 본선에서 가장 메리트 있는 '경쟁력'이다.
안 의원의 '중도 확장성'은 '소신 정치'에서 비롯된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 1차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달리, 본회의장을 지켰고 투표했다. 내란 특검법에 대해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려고 했을 때 당론으로 '쌍특검법' 재의결 거부 방침이 세워졌음에도 "만약 바꾼다면 재의결도 필요하다"고 소신을 밝혔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금 대권주자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안 의원일 것"이라며 "현 정국에서 재평가 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본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100% 무선 ARS 방식으로 조사한 '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안 의원은 조사 대상의 범주를 '전체 응답자'로 했을 땐 4.7%를 기록했지만, 무당층에선 8.6%를 기록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는 단 2%p 격차를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당내 지지세가 약하다는 점은 안 의원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비주류에 속하는데다, '소신 정치'를 해왔던 탓에 당내 상당수는 안 의원을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사실이다.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안 의원은 자기 이미지를 깨고 결단을 보여주고 그 결단 속에서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프로세스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승부수가 없기에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 것,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내 지지세가 약해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다는 지적에 "만약 탄핵이 인용되고 선거에 나간다면 '확장성에선 내가 제일 경쟁력이 있다'고 설득하는 방법밖에 없지 않겠느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