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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2심 무죄' 이재명, 경북 산불 현장 찾아…"나라에서 책임지겠다"


입력 2025.03.28 00:10 수정 2025.03.28 00:10        데일리안 의성·청송·영양(경북) =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이틀째 경북 머물며 대피소 방문

"최대한 예산 확보해 지원 할 것"

청송에서는 李 향해 고성에

영양에서는 휘두른 옷 맞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오전 경북 의성시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산불 이재민 대피소를 찾아 김주수 의성군수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법리스크를 희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틀 연속 경북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만났다. 이 대표는 이번 경북 방문 일정에서 국회를 나아가 국가 차원의 민생·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아직 조기 대선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차기 유력 대권 후보로서 유일한 약점을 털어낸 만큼 수권 능력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27일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재 상황을 정조준한 듯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나라가 책임지겠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경북 지역에서 이 대표가 마주한 수난 역시 만만치 않았다.


이날도 여전히 경북 일대에는 화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고, 연무는 물론 이동하는 도중 취재진의 휴대전화에서 '대피 명령' 재난문자 알림음이 여러 번 울리기도 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이 대표의 앞에서 어떤 이들은 울부짖었다. 이 대표는 무릎을 꿇고 이들의 얘기를 경청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날 항소심 판결 후 곧장 산불 피해 현장인 안동으로 내려와 안동체육관 내 대피소를 돌았다. 이 대표는 무죄 판결이 나온 후 처음으로 내놓은 메시지를 통해서도 산불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서울고등법원을 나와 "당연한 일(무죄)들을 이끌어내는데, 이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것에 대해 참으로 황당하다. 검찰과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는데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 삶 개선에 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의성·청송·영양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다. 가장 먼저 이뤄진 순서는 산불 피해를 본 경북 의성 고운사를 찾는 것이었다.


지난 25일 고운사의 국가 지정 문화유산 보물인 가운루와 연수전이 산불로 전소됐다. 무너져내린 전각 잔해들 사이에서는 아직까지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고운사에 가까이 갈수록 통신 상태도 좋지 않았다. 일부 통신사들은 통신이 아예 터지지 않아, 그나마 통신이 가능한 타 통신사의 데이터를 나눠서 쓰는 방식이 아니면 외부와 통신이 불가할 정도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찰 측을 향해 통신 불안으로 가족들과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전소된 경내를 둘러보고 난 후 취재진을 만나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천년 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며 "인근 지역의 전통 사찰도 위험한 상태라는 말씀을 전해 들었다. 화재 피해 축소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운사를 포함해 이미 피해를 본 지역이나 시설들에 대해(피해 복구를 위한) 예산 걱정을 하지 않도록 우리 국회에서 최선을 다해 잘 준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대표는 "이런 위험한 시기에 쓰자고 세금 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7일 경북 의성군 단촌면 고운사를 찾아 산불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이 대표는 경북 의성 점곡체육회관에 마련된 대피소에 들러 이재민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사는 게 사는게 아니다"는 이재민들의 호소에 "나라에서 일정한, 상당한 기간 동안은 먹고입고 자는 것을 다 책임질테니까, 집도 집 짓는 것도 지원해드릴 거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또 "군수도 신경 쓰고, 도지사도 할 거고 정부도 할 수 있게 우리가 (지원을 함에 있어) 최선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입장에서 큰 돈이 아니니까, 저희가 최대한 예산을 확보해서 지원을 잘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어 경북 의성 점곡면 사촌1리 산불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고(故) 박현우 기장의 분향소도 찾았다. 박현우 기장은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헬기가 추락하면서 순직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숭고한 희생, 온 국민이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번엔 청송을 방문한 이 대표는 청송 이재민 대피소인 진보문화체육센터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난 관련 예비비는 지금도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의 예비비 삭감으로 재난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재난 관련 예비비는 지금도 충분하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와중에도 정쟁을 한다"며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지금 있는 재난 예비비로도 충분하다. 1조5000억원이고 필요하면 더 쓸 수 있다"며 "예산(삭감)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누군가 이 대표를 향해 "사진 촬영을 다 했으면 사진을 그만 찍고 불타고 있는 내 창고에 불을 끄러 가자"며 연신 소리를 지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이는 "정부가 있느냐 없느냐"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개XX에 비유하기도 했다.


돌발상황은 마지막 장소인 경북 영양의 이재민 대피소 영양문화체육센터를 빠져나올 때도 발생했다. 한 이재민이 이 대표에게 옷을 휘두르며 위협을 하다가 저지당했고, 이 대표는 옷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한편 이 대표는 이튿날인 28일에는 서해 수호의 날을 맞아 국립대전현충원을 찾는다. 민주당은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민생뿐 아니라 '안보' 행보까지 보폭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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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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