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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조선업 부활 외친 트럼프…한국 조선업 '반사이익' 기대


입력 2025.04.11 14:20 수정 2025.04.11 14:23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미국, 중국 해운·조선 산업 본격 견제… 입항료 부과 현실화 시동

한화오션·HD현대 등 발 빠른 대응, 미국 시장서 기회 모색

증권가 "중국산 선박 기피로 한국 조선사 반사이익 예상… 다만 증설 부담은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백악관 집무실에서 미 조선업의 재건을 도모하는 ‘미국의 해양 지배력 회복’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취재진과 대화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자국 조선업 재건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중국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견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업체들이 전략적 파트너로 떠오르며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우리는 조선업을 재건할 것”이라면서 “의회에 (선박 구매 자금을) 요청해야 할 수도 있지만 (미국과) 가깝고 조선 실적이 훌륭한 다른 나라에서 선박을 구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국 조선업 재건과 중국 해운·조선 산업 견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민간 기업의 선박 건조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정부 조달 절차를 간소화하고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특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중국 선사 및 중국산 선박을 대상으로 항만 이용료 부과를 추진하고 국토안보부도 항만 유지보수 비용과 기타 요금 징수를 강화하는 등 구체적인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것으로 미국 조선업 재건과 함께 중국 해운·조선 산업에서의 불공정 행위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대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은 중국 견제와 동맹국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글로벌 해양 패권을 재편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많이 뒤처져 있다. 예전엔 하루에 한 척의 배를 만들곤 했지만 사실상 지금은 1년에 한 척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협력 의지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통화에서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당선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가장 먼저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의회도 이에 호응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시설법(선박법)'과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 등이 발의되면서 조선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 선박법은 미국 선적 상선을 10년 내 250척으로 늘려 전략상선단을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해군 준비 태세 보장법은 동맹국인 한국 등에서 미국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

미국의 조선업 재건 흐름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모두 갖춘 한국 조선업계는 이미 미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주요 기업들은 현지 기반 확장과 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가장 빠르게 움직인 곳은 한화오션이다. 올해 초 국내 조선업체 최초로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연안용 상선 건조에 특화돼 있으며 존스법 적용 선박의 약 50%를 공급해 온 만큼 한화오션은 미국 시장 공략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필리조선소는 특히 미국 동부 해안에서 대형 상선과 군함 건조가 모두 가능한 몇 안 되는 조선소다. 인접한 해군 기지와 연계한 군함 건조 및 수리 역량은 물론 한국의 첨단 조선 기술을 접목해 미국 내 노후화된 조선업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HD현대도 발 빠르게 협력 기반을 넓히고 있다. 미국 최대 수상함 조선소인 헌팅턴 잉걸스와 첨단 조선 기술 협력 MOU를 체결하며 공동 건조 논의에 돌입했다. 이 조선소는 미국 해군 이지스 구축함의 3분의 2를 건조하는 핵심 조선소로 해외 조선소와 협력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도 미국과 손잡았다. 미시간대학교와 서울대, 해군사관학교와 조선 인재 육성 프로그램 협약을 맺고 교육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또 MSRA를 통해 미 해군 전투함 정비 사업 입찰 자격을 확보한 상태로 올해 2~3척 수주를 목표로 미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의 리포트에 따르면 대형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화물 적재 선박의 순 톤수가 낮은 선박에 대한 선호가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조선업계가 이에 따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그는 "입항료 부과 강도가 초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한국 조선소들이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려면 건조 능력 확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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