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유도회 방문, 주교 장례미사 참석
도청 앞 박정희 동상 참배…"정신 되새겨야"
'중도 확장' 잠시 스톱…韓 지지율 의식한 듯
지난 주 '노동'을 키워드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 주는 전통적인 보수 텃밭인 안동에서 표심몰이를 시작했다. '한덕수 차출론' 급부상으로 흔들리는 보수층 유권자들의 표심을 되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문수 전 장관은 14일 안동시 목성동 경북유교문화회관에 위치한 성균관유도회 경북본부을 방문해 유림(儒林) 인사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후 목성동 주교좌성당에서 진행된 두봉 레나도(프랑스명 르네 뒤퐁) 주교 장례 미사에 참석해 천주교 관계자들에게 깊은 추모의 뜻을 전했다. 두봉 주교는 6·25 전쟁 직후 한국에 파견돼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70년 넘게 사목 활동을 한 프랑스 출신의 주교로, 지난 10일 향년 96세의 나이로 선종했다.
김 전 장관은 "두봉 주교와는 예전에 사회운동 과정에서 여러 차례 함께한 인연이 있다"며 "특히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깊었던 주교는 그들(한센병 환자)의 삶 속에서도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고 두봉 주교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이후에는 안동시 경북도청 앞 '천년 숲'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에 참배하고 SNS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했다. 김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앞에서 찍은 사진과 함께 "'하면 된다' '할 수 있다'는 박정희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 땅에서 5000년의 가난을 몰아내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이룩했다"며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통상전쟁, 경제위기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은 더욱 빛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새롭게 앞으로!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덧붙였다.
안동시 남후면 남후농공단지도 방문했다. 남후농공단지는 최근 경북 일대에서 확산한 화마로 피해를 입었던 곳으로 지난 달에 이어 이날 재방문했다. 산불피해 복구 현황을 살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은 고용노동부 장관직을 내려놓기 전인 지난달 28일 남후농공단지를 직접 찾아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근로자 고용안정을 위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지난 9일 대선 출마를 위해 장관직에서 사퇴한 김 전 장관은 그 다음날인 10일 전태일기념관과 한국노총을 찾으며 중도 확장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2일에는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과 서울 동작구 중앙대 앞 패스트푸드점에서 청년들과 만나 청년·노동 문제 등을 논의하는 '햄버거 회동'을 하기도 했다.
지난 주 행보와 달리 이날은 중도층 공략에서 잠시 물러나 여권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도 '보수의 거점'으로 불리는 안동을 방문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지지율 급부상 등 영향으로 김 전 장관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자 전통적인 지지 기반을 다시 결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덕수 차출론은 김 전 장관과 가까웠던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 사이에서 최근 확산하기 시작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의 의뢰로 지난 9∼11일 무선 100% ARS 방식으로 진행한 대선주자 선호도에 따르면, 그간 범보수 진영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김 전 장관은 10.9%를 얻었으나 직전 조사 대비 5.4%p 하락했다.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대행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는데도 8.6%로 김 전 장관을 2.3%p 차로 쫓았다.
김 전 장관은 '한덕수 추대론'이 부상하자 국정 공백을 우려하며 대선 출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바 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11일 CBS라디오 '뉴스쇼'에서 한 대행에 대해 "막중한 권한대행을 맡고 계신다. 그만두면 또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냐"며 "대통령의 정통성 측면에서 굉장히 문제가 있다. 대통령에 출마하면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이날 경선 캠프 인선을 추가로 발표했다. 명예선대위원장으로는 '사람의 아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쓴 소설가 이문열 씨가 임명됐다. 캠프 관계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선거 승리를 위한 방향과 지표를 제시해주실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후보 직속 언론정책고문으로는 고대영 전 KBS 사장, 대변인으로는 조용술 국민의힘 전 대변인, 상근부대변인으로는 최인호 국민의힘 관악구의회 의원을 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