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출마선언까지 하며 기술 친화 이미지 부각
첫 공개행보도 반도체 팹리스 퓨리오사 AI 방문
구 여권에서는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라" 직격
'1대 1'방식 AI 공개토론 제안 이슈도 또 점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AI(인공지능) 산업에 100조 투자,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이른바 'AI 기본사회' 등을 공약하고 나선 가운데 정작 이 전 대표의 기술 이해도 부족을 둘러싼 경쟁 후보의 직격탄이 이어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민주당도 디도스(DDoS) 공격과 딥페이크 영상 대응으로 골머리를 앓는 모양새다.
15일 민주당에 따르면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이 전 대표는 'K 과학기술'을 포함해 '세계문명을 선도하는 소프트파워 강국을 만드겠다'는 집권비전 'K이니셔티브'를 대대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하는 등 기술 친화적인 이미지를 부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에는 출마선언 후 첫 공개일정으로도 AI 반도체 팹리스 기업인 '퓨리오사AI'를 방문하는 등 관련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같은 날 낸 메시지를 통해선 '한국형 챗GPT'까지 언급하는 등 기술 선도 이미지를 계속해 구축했다.
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는 이 전 대표가 퓨리오사 AI를 방문한 지 하루 만인 이날 국내 법률·의료 분야 AI 서비스 확산을 위한 'AI 변호사'와 'AI 홈닥터'(비대면 원격진료) 합법화 방안을 당의 정책 과제로 제안했다. 이 전 대표가 강조하는 AI 담론을 뒷받침하는 정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구 여권에서는 이 전 대표의 기술 관련 보폭이 넓어질수록, 역으로 이를 겨냥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대표 시절 이른바 'K엔비디아 지분 30% 국민공유론'을 꺼내 들면서 '사회주의적 발상'이란 공세에 직면해 왔다. 이 전 대표가 관련 행보를 할 때마다 이 전 대표의 기술 이해 부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공개토론을 하자'는 공세 역시 이어졌던 상황이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이자 ICT전문가 출신인 안철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 메시지를 통해 "과연 AI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제발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라"라는 직격을 했다. 그는 "무지하면 공공 ·무료 ·무조건투자만 외치는 것"이라고 했다.
안 의원은 "AI는 기회이자 위협이며, 변화 그 자체"라며 "AI만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같이 일을 하는 동반자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만 외치고, 장밋빛 미래만 외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고도 꼬집었다. 안 의원은 계속된 여권의 제안에도 이 전 대표가 '1대 1' 방식으로 수용하지 않은 AI 공개토론에 대해서도 "정식으로 한번 해보자"고 재차 독촉했다.
개혁신당 대선 후보인 이준석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에 또 이재명 대표가 AI에 100조를 투자하겠다느니, AI 기본국가를 만들겠다느니 하면서 유행하는 키워드 하나에 꽂힌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윤석열식 망상의 복사판"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제발 이런 무지성 숫자놀음 좀 그만하자"고 적으며 이 전 대표의 AI 행보 때리기에 나섰다.
이외 민주당은 기술 친화적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과 별개로 디도스 공격, 딥페이크 영상 등으로 인한 홍역도 잃고 있다.
전날 민주당은 지난 13일 조기대선 경선룰 결정을 위한 전당원투표 과정에서 당 홈페이지에 디도스 공격이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와 함께 해외 IP 차단 등 조치를 한 상태다. 민주당은 당 대선특별당규준비위원회가 결정한 '일반국민 50%·권리당원 50%' 경선규칙을 온라인 당원 투표를 통해 최종 확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인 것으로 봤다. 홈페이지 접속 장애가 세 차례 있었다. 민주당 홈페이지는 현재 정상화 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대선 경선 '국민선거인단' 투표와 관련해 '역선택과 디도스 의심 공격' 등을 우려하고, 구체적인 투표 시행 일자를 공지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16일부터 전국 4개 권역을 순회경선한 뒤, 후보별 권리당원 투표 5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결선 투표가 없다면 오는 27일에 최종 후보가 확정된다. 국민선거인단의 경우 21~27일까지 기간 중 '이틀'에 걸쳐 투표하기로 했는데, 투표 일자를 언제로 확정한 것인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전 대표의 캠프는 이 전 대표가 배우자 김혜경 씨에게 욕설을 하는 딥페이크 영상으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1일 박수현 공보단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허위조작정보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박단장은 "제보에 따르면 과거 수사기관 조사를 받고 귀가한 김 여사에게 이 예비후보가 험악한 호칭을 쓰며 나무라는 것으로 상황이 설정돼 있다"며 "과거 공개된 다른 영상의 이 예비후보 음성을 다른 영상과 딥페이크로 합성해 이 예비후보가 김 여사에게 마치 욕을 하는 것처럼 믿을 수 있게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경고에도 논란은 소강되지 않았다. 이에 이재명 캠프는 이날 딥페이크 영상 유포자를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캠프는 이튿날인 16일 오전 이 같은 혐의로 일부 유튜버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경찰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캠프는 "지난주 딥페이크 등 허위 조작정보 유포행위에 대해 강력히 경고했다"며 "그런데도 악의적인 의도로 제작한 딥페이크 영상에 후보자를 비방하는 내용을 담은 허위 조작정보 등이 지속 유포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