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간단괴’가 뭐길래…美·中 쟁탈전 벌이나

김규환 기자 (sara0873@dailian.co.kr)

입력 2025.04.20 07:07  수정 2025.04.20 07:07

美, 핵심 광물 50개 중 절반 이상 수입할 만큼 해외 의존도 높아

세계 광물생산 쥐락펴락하는 中, 광물 對美관세 보복수단 활용

망간단괴 선제적 확보 위해 中, 올여름 심해 광물자원 시험 채굴

트럼프, 망간단괴 국가전략 물자로 비축하는 행정명령 준비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미 워싱턴DC 백악관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보여주고 있다. ⓒ AP/연합뉴스

미국과 중국이 ‘망간단괴'(manganese nodiles)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이 국제해저기구(ISA)를 통해 망간단괴 등 희소금속 심해 채굴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대한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이 망간단괴를 국가전략물자로 비축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배터리와 군수품 등에 사용되는 광물을 풍부하게 포함한 ‘다금속 단괴’(polymetallic nodules)로 불리는 망간단괴를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전략물자로 비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지난 13일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광물생산을 독점하다시피하고 있는 중국에 맞서 미국의 광물 자급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최후의 방편이다. 실제로 미국은 핵심 광물 50개 가운데 50% 이상을 해외에서 들여올 정도로 다 광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탓이다.


미국은 지난해 예산안 심의 때부터 태평양 심해 단괴를 국방 분야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전시권한인 국방물자생산법(DPA)을 동원해 자국의 광물생산 확대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이 러시아와의 우크라이나전쟁 종전 중재를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서두르고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된 그린란드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광물 강대국인 중국을 의식한 행보라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의 ‘관세폭탄’ 공세에 대한 보복조치로 지난 4일 7가지 희토류에 대한 대미(對美) 수출통제를 발표한 것 역시 광물 확보가 다급한 미국의 조급증을 노린 ‘도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FT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광물을 ‘무기화’해 미국으로 광물수입이 끊기는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진핑{앞줄 가운데) 중국 국가 주석이 2019년 5월20일 장시성 간저우시에 있는 희토류와 희소금속을 연구·개발하고 판매하는 진리(金力)영구자석과학기술유한공사를 시찰하고 있다. ⓒ 신화/연합뉴스

실제로 미국과 중국은 상대에 대한 관세율을 각각 145%, 125%로 서로 앞다퉈 높이며 두나라 관계가 ‘치킨(겁쟁이) 게임’ 하듯 벼랑 끝으로 내달리고 형국이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대통령 부보좌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지낸 아시아 문제 전문가 알렉산더 그레이는 “해저 광물 채취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군사적 경쟁에서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중국의 야심으로 가장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미국 정부가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수적”이라며 “트럼프 정부가 조선업과 주요 광물확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그동안 ISA를 통해 심해 채굴권을 선제적으로 확보해 왔으며, 서태평양 심해저에서 망간단괴 등 광물자원을 채굴하기 위한 탐사와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전략광물을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자 미 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체결 추진 등 공급망 확보에 나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올여름 망간단괴 시험 채굴에 나선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중국 국유기업인 베이징선구(北京先驅)기술개발공사는 ISA에 오는 8월 일본 오가사와라제도 미나미토리시마에서 남쪽으로 600㎞쯤 떨어진 태평양의 독점탐사 해역에서 희소금속 채굴시험을 20일 간에 걸쳐 실시할 계획이라고 공지했다.


시험 채굴은 배에 전용장치를 매달아 5000m 이상의 심해{25만㎡ 규모)에서 망간단괴 최대 7500t을 끌어모으는 작업을 실시하고 심해광물 채굴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등도 조사한다. 희소금속은 전기차 배터리나 하이테크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광물로 각국의 획득 경쟁이 치열하다.


공해 해저광물은 유엔해양법조약에서 인류 공동재산으로 규정돼 ISA가 관리한다. 아직까지 국제규범이 없는 까닭에 공해 해저광물의 상업개발은 할 수 없지만 일정 기술을 가진 국가나 기업에 개발 준비단계로 특정해역을 독점탐사할 수 있도록 용인하고 있다.


바닷속의 ‘검은 노다지’로 불리는 망간단괴. ⓒ 해양수산부 제공

다른 국유기업인 중국우광(五鑛)그룹도 오는 7~10월 미국 하와이 앞바다 공해에서 망간단괴 1300t을 해저에서 모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는 “수심 5000m 이상 심해저에서 상업 규모에 가까운 채굴을 하려면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해 중국의 시도가 세계 최초”라며 “상업개발이 허용되면 희소금속 국제 공급망을 중국이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망간단괴는 미 하와이 동남쪽 태평양상의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CCZ)과 인도양 등에서 대규모 발견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CCZ 해역은 동서 7240㎞ 길이에, 면적은 450만㎢ 규모다. 이 해역 밑바닥이 해저 광물 보고로 급부상했다. 해저 진흙 평원에는 ‘바닷속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망간단괴의 거대한 밭이 있다.


망간단괴는 3500~6000m 심해 해저면에서 발견되는 지름 5~10㎝의 금속 덩어리(결절)로 생김새는 감자와 비슷하다. 해저 화학작용으로 침전된 금속산화물이다. 성장 속도가 1000년에 0.01~1㎜ 정도다. 현재 크기가 되는 데만도 수천만 년이 걸렸다. 여러 종의 금속 성분을 포함한 다금속단괴인데, 망간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망간단괴’로 불린다.


망간단괴에는 망간(Mn) 외에 구리(Cu)과 니켈(Ni), 코발트(Co) 등 이른바 요즘 몸값이 높은 광물이 다량 포함돼 있다. 전기차 배터리와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쓰이는 중요한 금속 자원들이다. 세계적으로 5000억t이 존재할 것으로 추산된다.


CCZ 해역에는 211억t의 망간단괴가 분포된 것으로 추정된다. 망간 75억t을 비롯해 니켈 3억 4000만t, 구리 2억 7500만t, 코발트 7800만t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육상 매장량과 비교하면 니켈은 3배, 망간은 5배, 코발트는 9배나 더 많이 바다에 분포해 있는 셈이다.


ⓒ 자료: 세계자원연구소(WRI)

더욱이 해저 심해 망간단괴 채굴 때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매우 적은 덕에 친환경적이다. 심해 망간단괴에는 육상보다 훨씬 높은 농도의 금속이 함유돼 있는 만큼 적은 양의 에너지만으로도 추출이 가능한 까닭이다. 과학자들은 심해 채굴이 육상 채굴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의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CCZ의 심해에서는 채굴되는 니켈 1t 당 6t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열대우림에선 니켈 1t 당 60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온다”며 “해저의 망간단괴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면 육지 삼림을 지금처럼 심각하게 훼손하며 광물을 확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이번 행정명령은 미국의 심해 채굴권 확보와 정련 인프라 투자 촉진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국장을 지낸 알렉산더 그레이는 “해저 광물 채취는 미·중 경제·안보 경쟁의 새로운 전선이 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중국의 야심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심해저 채굴이 본격화되면 한국엔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온다. 지난 20년간 관련 기술개발에 힘써온 덕분이다. 한국은 2002년 ISA에서 확보한 CCZ 해역 독점 탐사광구(7만 5000㎢) 내에서 망간단괴 탐사와 상용화 기반 기술개발을 추진해 왔다. 여기는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확보한 광구다. 망간단괴 5억 6000만t가량 분포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연간 300만t 규모로 100년 이상 채굴할 수 있는 양이다.

글/ 김규환 국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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